휴..가지 말까’,휴가를 앞둔 샐러리맨의 우울한 사정
고유가, 고물가 탓에 어디로든 떠나기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1년에 한 번인 휴가를 ‘방콕’할 수도 없고…. 여름 휴가를 앞둔 직장인들이 이래저래 고민에 빠졌다. 기름값이며 식사는 물론 술값까지 올랐다. 거기다 해외에라도 나가려면 지난해 보다 오른 환율 탓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무리하게 휴가를 보내면 돌아와서 카드빚에 허덕이기 십상이다. 휴가를 앞둔 샐러리맨의 사정을 들어 봤다.
“휴∼ 우리 복에 무슨 휴가”
드디어 직장인 김영기 과장(40)의 특별한 휴가날이 다가왔다. 여행계획은 이미 지난해부터 짜놓았다. 결혼 10주년을 맞는 김 과장은 올 휴가를 제주에서 네 식구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휴가 기간 장맛비도 없다고 한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여행경비 150만원이면 네식구가 제주에서 3박4일 휴가를 편안히 보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 항공료, 호텔료 등의 인상으로 적어도 30만원(20%) 이상의 추가 경비가 필요했다. 그것도 아껴 써야 한다.
휴가를 앞둔 김 과장의 미소는 쓴웃음으로 바뀌고 “휴∼우리 복에 무슨 휴가”하며 한숨을 쉰다.
휴가철인 이달부터 국내선에도 유류할증료가 부과되면서 항공기 이용 여행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편도 운임이 8만4400원이었으나 유류할증료 1만5400원이 부과되면서 요금이 18.2% 인상된 셈이다. 네 식구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여행을 다녀오려면 12만3200원이 더 들게 된다.
호텔, 콘도 등 숙박시설의 요금도 올랐다. 제주 한화콘도의 경우 주말 요금이 지난해 24만원이었으나 올해는 25만원으로 올랐다. 설악 한화콘도도 주말 요금이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랐다.
렌터카도 예외가 아니었다. 렌터카는 48시간(NF쏘나타) 기준 14만1600원으로 지난해(12만800원)보다 15% 상승했다. 아울러 렌터카에 주로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ℓ당 1000원을 훌쩍 넘긴 1080원으로 지난해(ℓ당 850∼870원)보다 23%가량 올랐다.
“이제 해외여행은 어렵겠구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정인식 부장(44)은 지난해 일본에서 3박4일간 여름 휴가를 보냈다. 지난해 원·엔 환율이 800원대 아래로 내려갔을 때 정말 부담 없이 일본에서 휴가를 즐긴 김 부장은 올해도 지난해처럼 해외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7월 93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1000원을 넘더니 최근 1050원까지 뚫렸다. 정 부장은 이번 여름 휴가를 일단 미뤄뒀다.
지난해 한때 1달러가 930원 아래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기준환율은 4일 현재 1045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기름값이 뛰니 항공료도 덩달아 올라 미주 왕복의 경우 161만6300원에서 178만1900원으로 10.2% 상승했다. 유류할증료가 부과되면서 항공사들는 편도 기준으로 미주나 유럽은 4만7000원, 중국이나 동남아는 2만원 정도 유류할증료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왕복 노선의 경우 각각 9만4000원, 4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여행업계도 해외 패키지 상품의 가격을 12∼18%가량 인상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상품에 따라 최소 2만원에서 최고 15만원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도쿄·오사카 5일 상품은 기존 102만9000원에서 109만9000원으로, 동남아 가족여행 4일 상품은 144만9000원에서 154만90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올린데다 환율까지 상승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3박4일 일정으로 100만원 이하 상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하반기에도 고유가와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외국으로 떠난 여행객 수는 2개월 만에 다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외국인 방문객 수는 57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 늘어난 반면 해외로 나간 국내 여행객은 0.7% 감소했다.
“치솟은 기름값 때문에 장거리 휴가는 부담”
중소기업 영업과장인 백흥수씨는 최근 부산 해운대 모 펜션에 전화를 했다. 지난달 예약했던 여름 휴가를 취소하기 위해서다. 아내와 6세, 3세된 아이와 함께 난생 처음 부산 해운대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그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취소하기로 마음먹었다. 휘발유와 경유가 ℓ당 2000원이 넘자 장거리 여행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백씨가 2000㏄ 승용차(연비 12㎞/ℓ 기준)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에 다녀올 경우 고속도로(왕복 834㎞)에서만 70ℓ의 연료를 써야 한다. 연료비로만 14만원(ℓ당 약 2000원)으로 지난해(ℓ당 약 1550원)보다 3만원가량 더 든다. 고속도로 이용료(3만9400원)을 포함하면 교통비로 20만원 정도 경비가 필요하다.
항상 다른 품목보다 가파르게 올라 넉넉잖은 직장인을 한숨짓게 하는 식비도 예외가 아니다. 관광지 근처는 메뉴마다 다르겠지만 횟값과 삼겹살 가격 인상이 눈에 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보통 5만원 선이면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던 횟값은 6만∼7만원 선으로, 휴가철 인기 메뉴인 삼겹살은 200g당 8000원 선으로 13%가량 올랐다.
백씨는 당일치기로 가까운 물놀이 공원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지만 이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만약 백씨 가족이 경기 용인 캐리비안베이를 다녀오려면 입장료만 23만원이 든다.
용인 캐리비안베이는 최근 지난해보다 10%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소인(∼12세) 4만5000원이 5만원으로, 대인의 경우 6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각각 5000원씩 인상했다.
시내 호텔 수영장은 더 비싸다. 서울 시내 수영장 가운데 시설 좋기로 유명한 쉐라톤워커힐 리버파크의 경우 성수기 요금이 대인 8만5000원, 소인(∼13세)은 5만원이다. 이곳도 지난해 대인 요금 8만원에서 5000원 인상됐다.
백씨는 “한강 시민공원 수영장이나 가지 뭐”하며 체념하고 있다.
한강 시민공원 수영장 가격은 지난해와 동일한 어린이(4∼12세) 3000원, 청소년(13∼18세) 4000원, 어른(19세 이상)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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