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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맛과 멋] 한옥마을, 한정식에 한국의 멋과 맛이

[전주의 맛과 멋] 한옥마을, 한정식에 한국의 멋과 맛이 요리 맛집 정보 2008.11.02 17:45

[전주의 맛과 멋] 한옥마을, 한정식에 한국의 멋과 맛이

 
 

 


어머니 친구 예닐곱 분을 모셨다. 1박 2일 전주 로 여행을 보내드리겠다는 말씀에 즐거운 마음으로 오셨다. 그런데 좀 놀라시는 표정이었다. 함께 떠날 채비를 차린 우리 가족과 친척 10여 명을 보시고서다.


이날 전주여행은 좀 특별했다. 어머니의 친구분까지 모신 가족여행도 그랬지만 ‘한(韓)스타일’(정부가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선정한 여섯 가지 전통문화-한지 한옥 한식 한춤 한소리 한방)을 그 테마로 삼은 것이 그랬다.


29인승 고급 리무진버스를 이용해 전주로 내려가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공연관람 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나오는 푸짐한 전주 한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한옥생활체험관에서 대청마루 국악공연을 감상한 다음 온돌방에서 자는 것이었다.


이튿날은 체험관에서 유기에 차려내는 오첩반상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죽림온천에서 온천욕을 한 뒤 전주비빔밥을 먹고 변산반도를 경유해 상경하는 일정이었다. 오후 2시. 버스가 고속도로에 들어선 후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이 여행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았다. 오늘이 어머님의 칠순생신이고 이 여행으로 잔치를 대신한다는 것이었다. 손님들은 알리지 않은 것에 섭섭해했지만 내 설명에 모두 이해했다. 그 설명이란 이랬다.


호텔식당에서 한 끼 식사로 끝내는 잔치로는 성에 차지 않아 ‘여행’을 선택했고 그 여행길에 친구들이 벗되어 준다면 당신께서도 좋아하실 듯해 모셨다는 것, 그리고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은 어떤 부담도 없이 편안히 즐기시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는 것 등.


전주의 한정식 식당 주인은 고운 한복 한 벌을 준비해 어머니께 입혀드렸고 칠순축하 현수막까지 걸어서 축하해주었다. 이날 전주한정식의 진수를 보여준 푸짐한 저녁상은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의 칠순연 잔칫상이 됐다.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숙박도 멋진 체험이었다. 오첩반상의 아침식사와 전주비빔밥도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칠순잔치라 해도 며느리나 시누이 모두 두 손 놓고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좋았고 어머니 역시 이틀이란 긴 시간을 가족은 물론 벗들과 지냈으니 행복하셨고, 또 어머니 친구분들도 이 특별한 체험을 자랑할 수 있어 흐뭇했고…. 이래저래 그 여행은 모두에게 멋진 여행으로 기억됐다.》


전주가 아니더라도 이 여행이 가능했을까. 물론 아니다. 전주는 그런 곳이다. 멋이 있고 맛이 있고 풍류가 있다. 전주 사람들은 말한다. 전주는 편안한 곳이라고. 그리고 그 편안함은 한옥 골목의 낮은 지붕에서 온다고. 지붕 처마가 눈 높이에 딱 마주치는 키 낮은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편안함을 알 수 있을지. 그래서 전주를 체험한 이는 다시금 전주를 찾게 마련이다.


전주의 아름다움 간직한 고택(古宅)에서 하룻밤


 
전주의 진수는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겉이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정서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택 체험공간인 한옥마을의 학인당(學忍堂)이 좋은 예다. 이 집은 수원 백씨 인제공파 전주문중의 100년 된 종택. 서울 북촌의 윤보선 고택과 더불어 대표적인 대형 한옥 민가로 손꼽힌다.


지은 이는 19세기 말 전주 부자 백진수. 경복궁 중건에 거금을 헌납한 뒤 고종으로부터 대저택의 축수를 허락받았다. 그리고 6남인 낙중의 출생 기념으로 건축을 시작(1905년)해 3년 후 완공한다. 준공 당시 규모는 99칸(2000평). 3년간 연인원 4288명이 투입됐고 육송은 압록강과 오대산에서 구해 썼다. 현재는 7채(520평)로 줄었지만 연못과 샘을 갖춘 너른 마당을 중심으로 별채(체험숙박 객실)와 사랑채(선다원 찻집), 본채가 어울린 모습은 여전히 멋스럽다.


그런데 이 집의 진짜 아름다움은 감춰져 있다. 이 집에서 피어났던 향기로운 예술사랑을 말한다. 백낙중(1905∼1981)은 조선말기 전주대사습놀이가 중단되자 학인당의 대청마루로 판소리 명창을 불러들인다. 어디 그뿐일까. 청전 이상범과 허백련 변관식 같은 한국화가와 김소희 박초월 같은 소리꾼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향기로운 고택인 만큼 학인당에서의 하룻밤은 여느 처소에서 기대되는 숙박의 즐거움을 초월한다. 사랑채에 마련한 선다원(차문화체험관)에서는 달빛 아래 명상하며 차를 즐길 수도 있다. 또 마당에서는 소리꾼의 판소리를 들으며 귀명창이 되는 ‘전라도소리 한가락’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아침에는 정갈한 아침상도 받는다. 학인당이야말로 한 스타일의 여섯 가지를 두루 즐길 수 있는 전주의 멋과 맛, 풍류가 담긴 공간이다.


그윽한 멋을 담아내는 맛집 순례


 
전주에서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면 그 여행은 실패라고 봐야 한다. 저녁식사로 한정식 집에 갈 것인지 아니면 막걸리 집으로 직행할 것인지, 여관에서 잘 것인지 아니면 한옥을 찾을 것인지, 아침 식사로 오첩반상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콩나물국밥집에서 모주 한 사발부터 걸칠 것인가. ‘2박’의 여유라면 이 고민은 행복이다. 그러나 ‘1박’뿐이라면 고통이다.


백반과 한정식은 차이가 모호하다. 특히 전주 에서는. 반찬 가짓수로도, 가격으로도 구별이 안 된다. 중앙동에서 대물려 34년째 운영 중인 한국 식당의 한정식은 9년째 6000원이다. 그런데도 반찬은 30가지(4인 상 기준)나 된다. 음식은 그날 소진시켜 냉장고에 다시 넣는 법이 없다. 주인 이춘근(49·여) 씨의 말이다. 나 홀로 식객에게도 한상 차림을 내는 인심에 박수를 보낸다.


전주 전통 육회비빔밥을 내는 ‘성미당’ 역시 대물려 43년째 영업하고 있는 전주명소. 주인 정영자(61) 씨는 “비빔밥 맛의 비결은 각각의 재료가 제각각 제 맛을 내도록 조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집 비빔밥은 콩나물을 넣고 고추장에 비빈 초벌 비빔밥에 고명을 얹어 놋그릇에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숟가락 대신 젓가락으로 살살 비비는 것도 제 맛내는 요령이다.


화심순두부(완산구 중화산동1가)도 빼놓을 수 없다. 화심리(완주군 소양면)의 소문난 ‘화심순두부’ 분점으로 맵고 진한 양념을 넣고 뚝배기로 끓여내는 순두부찌개를 비롯해 모두부, 두유, 콩도너츠와 콩아이스크림까지 갖췄다. 모든 것을 한 세트로 맛보는 것이 정석이다. 직영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식사하면 차량 내 외부 세차가 무료다.


전주 천변의 평상 그늘막 아래서 민물 고기를 넣고 끓인 오모가리탕을 맛보는 것도 맛 집 순례의 한 코스다. ‘오모가리’란 오가리(뚝배기의 전라도사투리)의 애칭이다. 전주천의 멋진 정자 ‘한벽당’부근에 세 곳이 나란히 붙어있는데 가운데 ‘화순집(주인 김종희·60)은 60년째 대물림하며 영업하고 있다. 김 씨는 “간수 뺀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손님 상마다 새 밥을 지어 올리는 정성에 감복했다.


‘전주왱이콩나물국밥’은 전주콩나물국밥의 새로운 버전이다. 뚝배기에 담아 펄펄 끓여내는 전통식과 달리 뚝배기에 밥을 담고 뜨거운 콩나물국을 부어 낸다. 여기에 수란(뜨거운 물에 흰자만 살짝 익힌 계란)이 공기에 담겨 김과 함께 나오는데 김을 부숴 수란과 비빈 다음 따뜻한 국물을 부어 반찬삼아 떠먹는다. 모주도 판다.


푸짐한 인심까지 가득한 전주막걸리 집


열여덟, 열아홉, 스물…. 지금까지 상에 오른 반찬의 가짓수다. 여섯 명이 이제껏 비운 막걸리 주전자는 다섯 개. 그런데 안주는 간장게장, 조기매운탕, 병어회, 꽁치구이, 피조개, 새우튀김 등등 접시를 포갤 정도로 많다. 화려함으로야 한정식에 어림없어도 맛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그런 안주가 주전자를 비울 때마다 업그레드 돼 새로 상에 오른다. 그것도 즉석요리로.


전주 막걸리 집의 계산법은 독특하다. 안주와 술값을 따로 받지 않고 주전자당 얼마(1만∼1만5000원)씩 받는다. 이것은 전주의 오랜 전통이다. 이날 마신 값은 6만 원(1만2000원×5), 1인당 1만2000원 꼴이었다.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한정식 집에는 왜 가느냐고. 밥도 주고 술도 먹고 안주는 공짠데.


막걸리집이 전주에서 인기몰이를 한 것은 2002년. 삼천동에 하나둘 들어서며 골목을 형성하더니 지금은 시내 곳곳으로 퍼졌다. 이날 들렀던 ‘Buy전주’브랜드(전주시가 인증하는 상품)의 ‘전주막걸리전문점’은 막걸리 집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주인 김영덕(여) 씨는 경력 15년의 전문가다. 이렇게 퍼줘도 남느냐고 묻자 “밑지는 장사가 어디 있느냐”며 “많이 마실수록 고급안주가 나가니 많이 마시라”고 권한다. 반찬과 안주거리는 매일 두 차례 청과 및 수산시장에서 사다가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즉석에서 손님상에 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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