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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4 위대한 시간과의 조우 -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위대한 시간과의 조우 -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위대한 시간과의 조우 -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국내외 여행정보 2008. 10. 14. 13:33

 위대한 시간과의 조우 -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최창남의 '흐르는 강물처럼']  위대한 시간과의 조우

 
 


   
  
  한낮인데도 하늘이 검어졌다. 비가 오려나보다. 라스베가스(Las Vegas)를 떠나 자동차에서 주먹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실 끝에 매달린 요요처럼 길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길의 어딘가에 Grand Canyon National Park이 있었다. 낮아진 하늘 탓인지 바람이 거칠어졌다.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화씨 117도에 이르던 기온이 화씨 97도까지 떨어졌다.
 
  어두워진 하늘에 섬광이 인다. 번개가 하늘을 수직으로 가르며 연이어 떨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굵은 빗방울들이 차창을 무섭게 때렸다. 빗방울과 트럭이 일으킨 물보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화씨 73도까지 떨어졌다.
 
  차창으로 보이는 비 내리는 사막의 모습은 어둠 탓인지 아스라했다. 사막의 한 가운데를 지나면서도 사막은 멀리 있는 듯했다. 잠시 그쳤던 비 사이로 차창을 열자 물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가슴으로 젖어 들었다. 다시 비가 내렸다. 차창의 빗방울들은 어서 오라고 손짓하여 부르기도 하고 함께 가자며 소리 내어 부르기도 하면서 달려가고 있었다. 마치 지나온 길이 가야할 길을 불러 세우고 가야할 길이 지나온 길을 재촉하는 듯하였다.
    

  아무래도 비가 제법 오려나보다.
  거짓말처럼 사막의 한 가운데로 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 길도 끝이 있겠지.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잠시 올랐던 온도는 다시 화씨 64도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한기가 느껴졌다. 옷깃을 여몄다. 옷깃을 여미는 사이 우리는 애리조나 주(Arizona State)로 들어서고 있었다. 애리조나 주로 들어오며 다시 시간 선을 넘었다. 서부로 내려오며 벌어들였던 시간을 돌려주어야만 했다. 손목시계를 물끄러미 들여 보았다. 얼굴이 비쳤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얼굴이 거기 있었다. 그 얼굴 곁에 삶도 따라와 있었다. 시간을 돌려주며 내 삶을 바라보았다.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어찌 시간뿐이랴. 삶 또한 그러하다. 아무리 오랜 세월 길 떠나 있었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떠나온 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젊은 날 어리석음으로 잃어버렸던 제 삶의 날들 역시 삶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 시간을 돌려주었다. 이제 두 시간만 더 돌려주면 나도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늘은 밝아지고 있었다. Kaibab National Forest라는 입간판이 보였다. 조금씩 밝아지던 하늘이 아주 맑고 밝아졌을 때 우리는 Grand Canyon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오후 6시 14분이었다. 조금 더 달리자 그랜드 캐년의 웅장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협곡을 따라 난 트레일(Trail)을 잠시 걸었다. 아직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도 않은 그랜드 캐년의 모습에 나는 이미 압도되어 있었다.
 
  지구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그랜드 캐년은 단애와 단애들이 저마다 제 품에 맞는 바위를 차곡차곡 품어 안은 채 거기 그렇게 있었다. 이름 그대로 위대한 협곡이었다.
   


  그랜드 캐년은 45억년 지구의 나이 중 20억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20억년이라는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일어났던 대륙의 진화과정을 바위의 각 층마다 새겨 넣은 채 장구한 세월의 강을 건너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다. 대륙판이 언제 어떻게 이동하였으며 파괴 되었는지 큰 바다가 어떻게 전진하고 후퇴하였는지 기록되어 있다. 전체 산맥의 융기와 침식 과정도 기록되어 있고 광활한 모래언덕의 형성도 기록되어 있다. 또한 가깝고 먼 곳의 화산들이 제각기 언제 어떻게 폭발하였는지 빠짐없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자연이 품고 있던 이 위대한 시간의 비밀들은 콜로라도 강(Colorado River)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애리조나(Arizona), 캘리포니아(California), 뉴멕시코(New Mexico), 네바다(Nevada), 유타(Utah), 콜로라도(Colorado), 와이오밍(Wyoming) 등 일곱 개의 주를 지나고 있는 2,333Km의 긴 콜로라도 강은 5백 5십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의 침식 작용을 통해 이 위대한 협곡을 이곳에 만들어 놓았다. 눈앞에 드러난 그랜드 캐년의 모습은 인간의 손길이라고는 조금도 미치지 않은 자연의 경이 그 자체였다. 자연의 위대함이 시간의 강을 건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위대한 협곡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20억년이라는 위대한 시간을 품고 있었다. 그랜드 캐년과의 만남은 바로 이 위대한 시간과의 만남이었다.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한 시간을 품고 있는 위대한 이 협곡도 한 때 사라질 위험에 처했었다. 1960년 연방 정부가 캐년의 절반 이상이 잠기게 될 2개의 댐을 건설하려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계획은 무산되었고 그랜드 캐년은 6,000피트의 깊이와 평균 10마일(Mile)에 이르는 넓은 폭과 277마일(Mile)이라는 길이를 그대로 지닐 수 있었다.
 
  멀리 콜로라도 강이 보였다. 이 위대한 강은 협곡 사이를 유장하게 흐르며 South Rim과 North Rim를 가르고 있었다. 그 강 곁에 서고 싶었다. 뗏목을 타고 강으로 흘러들고 싶었다. 탐험가 존 웨슬리 포웰이 '위대한 미지의 것(Great Unknown)'이라고 이야기한 그 곳으로 강줄기를 따라 흘러들고 싶었다. 그리움 때문인가. 갈증이 일었다.
  협곡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저녁 어스름이 찾아 들었다. 어스름 내린 협곡은 깊은 잠에 젖은 아기처럼 고요했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이 위대한 협곡을 감싸고 있는 어둠 곁으로 우리는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나아갔다.
 
  우리는 Canyon Village의 Yavapai Lodge에 여장을 풀었다. 하루 종일 달려오며 사막에서 묻혀온 노곤함이 몸에 남아 있었지만 기분은 매우 가볍고 상쾌했다. 위대한 시간과의 만남이 불러일으킨 흥분 때문이었다. 나는 다소 흥분되어 있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내내 흥겨웠다. 햇반과 통조림 꽁치를 넣은 김치찌개와 김치였다. 오랜만에 소주도 곁들였다.
    
  창밖은 고요했다. 나무들은 이 깊은 밤을 지키는 파수꾼들처럼 말없이 서 있었고 별은 빛났다. 그 별 아래 20억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품어 안은 그랜드 캐년과 내가 있었다. 나는 깊어가는 밤과 함께 시간의 흐름들을 느끼고 있었다. 예기치 못하였던 이 위대한 시간과의 조우는 나를 내 삶의 시간들로 이끌었다. 나는 지나온 내 삶의 날들로 돌아갔다.
 
  그 곳에는 아직도 내 삶의 흔적들이 남아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싱싱했다. 펄떡였다. 슬픔은 슬픔대로 아픔은 아픔대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죄 없이 끌려간 김 씨와 남겨진 그의 어린 아들 생각에 기차 끊어진 철길 곁에 앉아 별 지도록 울던 날이 거기 남아 있었다. 마음 깊이 품고 있던 잃을 수 없는 사랑을 잃고 소리 없이 목 놓아 울던 밤들이 거기 아직도 남아 있었다. 제 믿음과 신념에 삶 전부를 걸고 살아가던 동료들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빼앗긴 후 피눈물 흘리며 지샌 밤들이 거기 아직도 그대로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참담했던 순간들이 그대로 남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어느 날이던가. 깊은 상처의 아픔으로 잠 못 이루던 영혼을 바라보며 하릴 없이 눈물짓던 순간들도 거기 그대로 남아 있어 깊은 눈망울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밤 그 날들이 흐르고 흘러 삶의 또 다른 날들로 나를 데려왔건만 나는 아직도 그 날들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눈물이 어리는 듯 했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깊은 협곡을 지나온 바람이 열린 창으로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새의 날개 짓처럼 퍼덕였다. 밤은 고요하고 하늘에는 오래 전 지나 온 그 날들처럼 별이 빛나고 있었다. 잠든 영혼을 깨우는 밤이었다.  
    
   아침이었다. 커튼을 걷자 따가운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왔다. 늦잠을 잤다. 오랜 여정으로 쌓인 피로와 지난 밤 깊도록 잠들지 않은 탓이었다. 과일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주먹밥을 만들어 숙소를 나섰다. 우리는 셔틀 버스를 타고 Desert View Drive로 내려갔다. South Kaibab Trail이 거기 있었다. 정오에 가까워지며 햇살은 점점 뜨거웠다. South Kaibab Trail은 협곡의 가장 밑바닥까지 닿아 있었고 거기서 다시 North Rim으로 연결되었다. 약 6,000피트(2,000미터)를 내려가야 했다. 태백산 보다 깊은 협곡의 바닥까지 길은 산허리를 따라 굽이치며 이어져 있다.
 
  이 위대한 협곡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두 개의 비밀을 품고 있었다. 영겁에 가까운 20억년이라는 위대한 시간과 협곡의 깊이이다. 시간과 콜로라도 강이 만들어 놓은 2,000미터 깊이의 공간은 이 협곡이 품고 있는 또 다른 비밀이다. 이 공간에는 건조한 아열대 기후와 한대 기후가 공존하고 있다. 생태계 또한 다양하다. 협곡의 남쪽에는 소나무 향나무 등의 삼림 지대가 있는데 협곡 바닥은 모자브 사막의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협곡의 북쪽에는 전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경이로움이다.
 
  우리를 내려놓은 버스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우리는 트레일이 시작되는 지점(Trail Head)으로 이동했다. 뜨거운 기온 탓으로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안내판이 있었다. 훈련된 하이커(Hiker)라도 이틀을 잡아야 트레일을 다녀 올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 트레일을 걷다가 사망한 한 여대생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시간과 장비와 식료품 등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무모하게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말없이 바라보았다. 협곡의 높고 낮은 단애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굽이굽이 물결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띠를 두르고 있는 단층들이 바람을 따라 춤을 추듯 물러났다 다가서며 흔들리고 있었다. 아스라했다. 그 아스라함 뒤로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의 대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콜로라도 강의 한 자락이 가물가물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열려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은 수직으로 놓여 있는 듯 가팔랐다. 끊어진 듯 보이던 길은 협곡과 허공 사이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길이 열릴 때마다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대한 협곡에 심취했다. 가장 나이 어린 돌의 나이가 500만 살인 협곡은 20억 살이나 된 돌 또한 품고 있었다. 영겁과도 같은 세월이 쌓아올린 길을 지나며 나는 고작해야 칠팔십년을 사는 사람의 삶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 짧은 삶조차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의 삶이 안쓰러웠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이 그 안쓰러움을 숨겨 주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돌리자 내려온 길의 끝이 멀리 있었다. 하늘에 닿아 있었다. 전나무 한 그루 하늘가에 홀로 서 있었다. 외로워 보였다.
    
  우리는 '우! 아! 포인트'(Ooo Aah Point)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 지점을 지나는 이들마다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에 '우!' '아!'하고 감탄을 연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눈앞에 South Rim의 절경들이 펼쳐 있었다. 협곡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그뿐인가. 멀리 있던 8,000피트 높이의 North Rim이 곁에 있는 듯 정겨웠다. 자연의 위대함을 바라보며 나는 말이 없었다.
 
  그런 내가 조금 안쓰러웠던가. 바위 곁으로 노란 들국화 한 무리 피어 있어 나를 보며 배시시 웃는다. 메마른 땅에 피어난 노란 들국화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햇살 아래서 들국화는 더욱 아름다웠다. 들국화 아름답게 핀 길 아래로 이어져있는 길을 바라보았다.
 
  어느 결엔가 다람쥐가 나타나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랜드 캐년의 독특한 환경이 만들어낸 회백색 알버트 다람쥐였다. 내려온 길로 따라 올라갔다. 숨이 차올라 바위틈에 기대어 쉴 수밖에 없을 때 즈음 우리는 떠났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Aiki Point로 이동한 우리는 Picnic Area부터 찾았다. 허기를 달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나무 그늘을 찾아 앉았다. 제법 큰 나무 한 그루 앞에 있었다. 비틀리고 비틀려 나무의 껍질들이 실 가닥처럼 풀려있는 나무였다. 아니 그것은 나무가 아니라 실타래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처럼 보였다. 손을 대면 한 올 한 올 풀려 나올 것만 같았다. 손을 대자 나무껍질들이 한 올 씩 벗겨지며 비늘처럼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나뭇잎은 무성했다. 무성하게 달린 나뭇잎들이 간간이 불어오는 잔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아직 나는 살아 있어요. 살아있는 나무에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런 모습이 되었을까.
 
  주먹밥을 맛나게 베어 물었다. 꿀맛이었다. 마침 불어온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Grand View Point를 지나 Tusayan Museum으로 갔다. 그곳에는 그랜드 캐년의 원 주인들이었던 하바수파이 부족과 후알라피 인디언 부족의 주거 환경과 삶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약 4,000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왔던 인디언들은 이 땅에 들어온지 고작해야 467년 밖에 안 된 백인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 백인들이 이 땅에 처음 들어온 것은 1540년이었지만 이 땅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869년 5월 John Wesley Powell 소령 일행이 콜로라도 강을 따라 본격적인 탐사를 하였을 때부터였다.
   

  그러니 백인들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실제로는 백 몇 십 년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백 몇 십 년의 세월이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의 삶을 보호구역과 박물관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지금도 그랜드 캐년의 하바수파이 인디언 보호구역에는 약 300여 명의 하바수파이 인디언들이 소규모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푸른 물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하바수파이 인디언들은 이제는 푸른 물 곁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호구역 안에서 제한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하바수파이 인디언들의 삶을 바라보며 낮에 보았던 비틀린 나무가 떠올랐다. 인디언들의 삶도 그 나무처럼 빼앗긴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갗 터지며 찢어진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틀리고 비틀려 터져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이미 오래 전 빼앗긴 그 날 그들의 삶은 이미 찢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나무는 정말 인디언들의 삶을 닮아 있었다. 갈라진 껍질도 갈라진 그들의 손등과 깊게 주름 잡힌 얼굴을 닮아 있었다. 나는 아주 오래도록 그 나무를 생각할 때 마다 인디언들의 잠들지 않은 영혼이 그 나무에게 옮겨 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지친 몸을 쉰 우리는 다시 서둘렀다. 어둠이 깃들기 전 Bright Angel Trail을 걸을 예정이었다. Bright Angel Trail은 장사진을 보는 듯 협곡의 굽이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길게 이어져 있었다. 길을 따라 내려가자 깊은 협곡에 깃들던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벌써 나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길은 어둠 속으로 보이지 않는 끝을 숨기고 있었다. 멀리 콜로라도 강이 보였다. 강 곁으로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Indian Garden 을 지나 있는 Plateau Point였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Plateau Point는 숨 막힐 듯 아름다웠다.
   

  가고 싶은 마음을 부여잡고 길을 돌렸다. 체력도 어둠도 시간도 모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이 위대한 협곡을 비취며 붉게 타오르던 낙조는 어느 덧 협곡 너머로 사라졌다. 어둠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재게 발걸음을 놀렸다. 어둠을 따라온 것인지 새들이 나뭇가지로 날아들었다. 깊은 협곡에 드리운 어둠보다 더 검은 몸집 커다란 갈까마귀(Raven)였다. 갈까마귀 나뭇가지에 홀로 앉아 어둠 깃드는 협곡을 내려 보고 있었다. 
   
 
 
  최창남/작가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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