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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주름잡은 '은성'

70년대 주름잡은 '은성' 요리 맛집 정보 2008.09.06 11:52

70년대 주름잡은 '은성'


일식 요리의 라이브 연주 '다이' 시스템 첫 도입
요즘 회 먹고 마지막에 매운탕 먹는 문화도 은성에서 시작




대구의 1960년대도 점차 기력이 쇠진한다.

50년대까지 한국 섬유의 80% 이상을 생산했던 대구의 섬유공장들. 하지만 1970년 7월7일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돼 전국이 하루생활권으로 접어들자 대구 섬유도 점차 서울의 동·남대문 시장 상권에 두들겨 맞는다. 안목있는 자들의 '상경러시'가 이어졌다. 시대의 대세라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69년에는 '대구역전 특수'도 막을 내린다. 그해 동대구역이 생긴 탓이다. 중구에 밀집된 상권이 동구권으로 부분 이동한다. 그해 연말 또 한번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그랜드오픈한 대구백화점이 등장했다. 향촌동, 북성로, 화전동 등의 특급상권이 한일극장 이남 상권한테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식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70년 봄 옛 런던제과 옆 골목 안에 지역 요정사에 적잖은 충격을 준 룸살롱 멕시코가 등장한다. 멕시코는 요정 기생을 호스티스로 바꿔놓는 촉매구실을 했다. 72년 동아백화점이 생길 때쯤 멕시코 바로 옆에 '다크호스' 일식당 은성이 나타난다. 하지만 향촌동 일식당들은 은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설마 향촌동 아성이…."

대다수 향촌동 일식당 주인들은 안이하게 대처했다. 그들은 한국의 일식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못했다. 일본식만 고수하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70년대 들면서 '한국형 일식'이 득세하면서 서울에서 남하한다.

# 은성이 주도한 다이문화 선풍적 인기

성 사장 김해석씨(82)는 일식에 일가견 있어 일찍이 이승만 대통령의 수하에 들어가 경무대 전속 요리사로 전격 발탁된다. 이승만이 하야한 뒤 경무대에서 나온 그는 대구로 내려와 향촌동 일식당들에게 도전장을 낸다.

은성은 대구 일식문화를 확 바꿔놓는다. 은성 전에는 사시미를 주방 안에서 만들어 홀로 갖고 나왔다. 그게 손님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김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다다미 방을 고집하는 손님과 달리, 친구와 오픈된 공간에서 회를 먹고 싶은 사람은 칵테일 바의 바텐같은 다이 앞에 앉길 선호한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게 조리사라고 생각했다. 늘 손님의 눈높이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갔다. 과감하게 홀 한 쪽에 다이를 만들었다. 은성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다이 시스템을 제시한다. 물론 다이의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냉장과 냉동 기능이 가미된 유리 진열대를 설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즉석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맛 볼 수 있게 손님을 배려한 것이다.

# 다이는 일식 조리사들의 선망의 공간

다이는 점점 조리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어두운 주방에서 손님과 단절돼 있는 것보다 손님과 얘기를 하면서 자신이 가진 일식의 테크닉을 '즉흥연주'해 보이는 게 빨리 성공하는 비결이란 걸 그들은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실제 일부 단골들은 조리사가 다이 앞에서 생선을 저며 초밥을 만드는 걸 보고 싶어했다.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지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욕구를 은성이 충족시켜준 셈이다. 다이 앞 초밥 요리는 거의 '라이브 연주'였다. 점차 생동감 있는 다이가 핵심공간으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었다. 단골들은 조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더욱 은성을 밀게 된다. 그럴수록 향촌동파가 은성파로 바뀌게 된다. 향촌동도 은성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대구의 일식 문화도 대폭 변화한다.

# 일본에 없는 스키다시, 한국엔 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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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형 일식집은 다이 문화 활성화로 인해 소규모 초밥집 시대로 넘어간다. 요정형 일식당이 가진 비효율성 때문이다. 조리사로 일을 하다가 일단 중간 조리사격인 간테기 단계를 거치면 다이에 배치된다. 다이 조리사는 사장이 모를 포부를 갖고 있다. 독립해 자기 식당을 갖는 것. 그런데 주방에서만 일하면 손님과 마주할 시간이 없어 다이 조리사보다 독립이 더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이에 온 단골을 사로잡는 방법은 뭘까? 신선한 제철 어패류를 공짜 스키다시(突き 出し)로 서비스하는 것. 물론 일본에선 공짜 스키다시는 없다.  
 
스키다시는 양식의 에피타이저와 같은 전채요리의 하나로 인식돼 돈을 내야 먹을 수 있다.

주인은 무차별로 선심쓰는 조리사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 설사 알더라도 주인은 전체 분위기 때문에 묵인할 수밖에 없다. 사장이 일식을 모르면 상황은 더 심각하게 돌아간다. 조리사들이 사장의 인품에 감화돼 평생 한 집에서 충성을 하는 경우는 거의 기대하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엔 공짜 스키다시가 없는데 우린 왜 있을까. 일본엔 주인이 조리사를 겸하고 있고 우린 그렇지 않은 게 첫번째 이유이고, 그 다음은 빨리 독립하려는 조리사들의 선심공세 탓으로 분석된다. 물론 은성도 그런 분위기를 은근히 조성한다.

# 다이에서 만난 단골, 훗날 다른 집 단골로

다이의 조리사와 단골은 점점 '공생관계'가 된다. 하지만 그 왜곡된 관계가 훗날 지역 일식업계를 위협할 줄 관계자들은 몰랐다. 지금 일식당이 어려운 게 공짜 스키다시 때문이란 걸 관계자들도 공감한다.

다이 마스터는 그곳에서 평생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독립해 사장이 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평소 단골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주고, 자연 단골들도 공짜에 길들여진다. 공짜없는 집은 손님이 끊어지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이 조리사가 빠져나가면 일부 단골도 그 조리사를 따라 식당을 옮기게 된다.

들안길에 있는 D초밥도 은성의 서비스 라인을 카피해 스키다시 문화를 더욱 활성화시켰다. 특히 일식과 함께 도시락과 통닭 요리를 팔던 향촌동 주부센터는 대구에선 처음으로 사시미 옆에 된장·마늘·상추까지 내놓았다. 오징어 다리도 초고추장과 함께 내놓았다. 비로소 사시미가 경상도 스타일로 개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초밥집의 사시미와 일반 횟집의 회의 차이점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결국 사시미 옆엔 왜간장과 생고추냉이, 회 옆엔 된장·고추장이 놓이게 된 것이다. 주인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손님의 욕구를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었다.

# 은성 또 하나의 명물, 개인용 뚝배기 매운탕

은성의 서비스라인은 늘 기발하고 손님을 매료시켰다. 초밥과 사시미를 먹고나면 손님은 거의 속이 느끼해진다. 특히 지역 손님들은 더 그랬다. 은성은 속을 풀 수 있는 얼큰한 뚝배기 매운탕을 개발했다. 재료는 주로 복어·생태·대구. 그 무렵 복어탕은 여느 한식당에서는 팔지 않았다. 일식당에 가야 맛볼 수 있었다. 요즘 복불고기용인 은복 등은 명함도 낼 수 없었다. 복어 요리엔 고가의 참복만 사용됐다.

은성 전에도 탕을 내놓는 집이 있었는데, 은성과 달리 여럿이 한꺼번에 국물을 떠먹어야만 했다. 은성은 비위생적이라 생각했다. 탕을 끓여 개인용 접시에 떠주다가 나중엔 개인용 뚝배기 매운탕을 내놓아 히트를 쳤다. 이 아이템을 갖고 성공한 사람이 7호광장 북측 생태탕 전문점 명성식당 주인 최종하씨(60) 등이다. 요즘 회 먹고 마지막에 매운탕 먹는 문화도 은성에서 비롯됐다.

# 영화는 어디로?… 유료주차장으로 변한 은성

은성은 등장한지 몇년 안돼 엄청난 돈을 벌고 더 넓은 장소를 물색한 끝에 중구 상서동 옛 상서여상 맞은편으로 이전한다. 은성 자리에 들어 온 은정은 은성 특수를 잘 챙겨 뒤에 맥심, 주부센터와 함께 70년대를 주름잡는 4두마차가 된다. 그러나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은 향촌동 미화시대도 가고 은성 시대가 도래했지만 90년대 은성처럼 등장한 수복초밥 등에게 추격당한다. 90년대 수성구 들안길 일식당들, 남구 즉결재판소 맞은편 향어회 타운, 동구 불로동과 신천동 옛 KBS대구방송총국 맞은편 신흥 회타운 등에 손님을 뺏기면서 호시절도 간다.

은성은 20여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92년쯤 업을 그만둔다. 지금 그 자리는 은성유료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은성의 김 사장에게 몇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몸이 아파 인터뷰가 불가능한 처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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