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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인샵 답사 후기...

일본 와인샵 답사 후기... 와인정보 2008. 10. 14. 22:05

일본 와인샵 답사 후기...






처음으로 와카에 글 올립니다.
동경 가기 전 이 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기에 실제 다녀 온 감상을 남겨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특히 동경행에 예상치 않게 도움을 주신 미네라루(mineraru)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산 오시거들랑 꼭 연락 주시고 울산도 들려주셔요.
다음 블로그에 쓴 글을 링크하기 때문에 반어체입니다. 이해 바랍니다...

 

11월 11일 일요일부터 4박 5일간 일본 동경을 다녀왔다.
  ... 심포지움이라는 명분이야 어쨋건 마음은 콩밭, 그렇게나 좋고도 좋다는 일본 와인샵에 가 있는 상태.

   프랑스 고급와인을 사려면 프랑스에 가지말고 일본에 가랬던가? 와인 천국, 그것도 아끼고 보살피는 오따쿠 정신이 충만한 일본인들이 모아놓은 빈티지 와인들에 대한 환상으로, 학회 공부에 대한 기대는 뒷전이고 오로지 와인샵 정보캐기에 출발 전 일주일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와인을 살 총알과 와인을 마실 전망좋은 방을 위해 항공편은 가장 저렴하게... 노스웨스트...

  김해에서 출발한다는 것과, 싸다는 것 외에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항공이다. 기내식은... 차갑게 서빙되는 김밥 두 조각과 초밥 두 세개... 이 모든게 일본 와인 여행을 위한 것이라 위로하며 나리타까지 눈을 감고 노쇠한 스튜디어스들을 애써 외면한다.

   나리타 공항에서 짐을 찾고 오다이바로 향하는 리무진에 올랐다. 신쥬쿠나 하라쥬쿠, 시부야에 머문다면 리무진은 별로 비추다. 차라리 전철을 이용하는게 불편해도 훨씬 빠르다. 그러나 오다이바, 신바시 등 동경의 동쪽에 위치한 호텔이라면 리무진이 훨씬 편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펼쳐지는 시내를 보면서, 저런 풍경을 보려고 일본 온건 아니야... 하면서 위로한다. 무척이나 친숙한 건물들과 거리들. 나리타 인근을 빠져나오면서 가이힌 마쿠하리에 위치한 까르푸의 간판도 보였다. 아, 저기도 가보아야 하나?

  오다이바 서쪽에 위치한 니꼬 동경 호텔이 이번의 숙소다. 특별히 방도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이는 쪽으로 잡았다. 근데 약간 서북쪽으로 비틀린 쪽이어서 내심 실망했으나 나름대로 히노데 쪽이 보이는 야경도 특별할 것 같아 이해해주기로 했다.

   짐을 풀고 옷을 챙겨입고, 유명한 유리카모메를 타러 갔다. 유리카모메는 갈매기라는 뜻으로 동경의 남쪽 신바시와 오다이바를 연결해주는 무인 전철로 레인보우 브릿지를 넘어가는 경치가 일품이다. 특히나 레인보우 브릿지의 북쪽은 다리가 바로 끝나는게 아니라 한바퀴 빙 돌아주는 코스가 있어서 멋진 전망을 유유자적하게 지켜보는 운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바시에서 내려서 서북쪽 출구를 나가서 서쪽으로 난 큰 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까브 드 릴렉스라는 와인샵이 나온다. 와카에 이 샵을 소개한 분의 말을 따르면 12병을 사면 무료로 박스를 배송해주기 때문에 데일리 와인을 사는 사람들이 무척 많고 판매량이 많아서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다.

   제법 넓은 샵인데 들어서면 전체 전시해 놓은 와인 중 95%는 몇 백엔에서 부터 3~4천엔 정도 하는 데일리 와인이다. 일부 고급 와인은 제일 안쪽 유리 칸막이 뒤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 종류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일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어서 다른 샵에 갈 시간이 없었기에 여기서 두 병을 꺼냈다. 2000년 체레토의 바롤로 프라포와 1996년 카사노바 디 네리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체레탈토를 집어들었다.

   여기서 잠깐... 한참 이태리 와인을 공부하고 있던 때이고, 그 주종목이 바롤로 였기에, 1996년, 피에몬테의 빛나는 빈티지에 착각해서 토스카나의 BDM 1996도 고민없이 집어들었지만, 불행히도 1996년 토스카나는 비참한 빈티지 점수를 받은 해였던 것이었다... 이래서 와인 살 때는 꼭 빈티지 카드를 갖고 다녀야 한다는것... 그렇지만 최근 빈티지의 점수는 때로는 바뀌는 경우도 꽤나 많기 때문에 (대표적인 것이 와인 애드버킷의 2003년 부르고뉴 점수와 2004년 이태리 피에몬테, 토스카나의 점수... 얼마 전까지 80점대였다가 최근 90점을 넘기는 좋은 빈티지로 재평가되었음...) 변수가 있기도 하다...

   이어서 츠키지로 이동. 신바시에서 가까운 편이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엄두가 안나서 신바시에서 긴자선을 타고 긴자로 가서 다시 히비야선을 타고 히가시긴자를 지나면 바로 츠키지다. 도쿄에서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먹고 싶다면 이곳으로... 그리고 이곳은... 스시의 성지다.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도 좋다면 츠키지 시장 골목 안쪽에 있는 스시집도 좋고 대로변에는 나름 조용한 분위기의 스시집도 있다. 제일 유명한 곳은 다이와스시지만 골목 깊숙히 위치한데다 줄이 장난이 아니어서 츠키지 혼텐샤 건너편 골목에 있는 스시잔마이의 짧은 줄을 선택했다.

  시원한 비루(beer) 한 잔과 함께한 마구로 스시 세트는, 초밥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놓았다. 앞에선 눈으로 보지도 않고 손으로 쌀알을 뭉치면서 날렵한 솜씨로 칼질한 생선을 올려주는 스시의 전문가들이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입속에서는 연한 참치 뱃살이 고슬고슬한 쌀알에 녹아들면서 마치 생선살로 만든 잼에 밥알을 비벼서 먹는 듯한 부드러움은... 주체하기 힘든 환희의 연속이다. 여덟 조각의 큼지막한 스시를 다 먹고 배가 부름에도 성게알을 듬뿍 올려주는 마끼 하나를 더 먹고서야 자리를 일어날 수 있었다.

   츠키지는 수산시장이 유명하지만, 아침이나 낮 시간, 분주한 시장을 느낄 수 있는 여유있는 스케쥴은 아니므로, 츠키지 혼텐샤의 휘황찬란한 야경을 보며 다시 북쪽으로 이동, 최근 새로 생긴 와인샵인 고부도를 찾아갔다. 그러나... 일요일 늦은 저녁, 샾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신바시로 가서 유리카모메를 타고 레인보우 브릿지 주변의 야경을 만끽하며 호텔로 돌아갔다.

 

 

  1996년 아주 poor한 빈티지의 카사노바 디 네리,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체레탈토...

  우려에도 불구하고, 워낙 유명한 와인의 좋지않은 빈티지였기에 지금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이 거칠고, 왠지 시간이 지나가버린 와인에서 느껴지는 약간은 힘잃은 감초향, 그리고 이태리 와인같지 않은 낮은 산도는 아쉽긴 했지만 비교적 과실향이 풍부한 편이었고, 예리하진 않지만 블랙베리 향은 살아있어 나름 즐길만 했다.

 

 

  그리고 함께 마셨던 2000년 체레토 브리꼬 로체 바롤로 프라포. 역시 시큼한 산미와 함께 바롤로로서는 짧은 7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부드럽고 매끈한 혀의 감촉, 트뤼프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은 구수한 향, 그리고 체다, 혹은 소나무의 독특한 찌르는 향이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바롤로다. 바롤로를 한국에서 마시려면 못해도 10만원 이상이 드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는 꽤나 호사스럽지만 편안한 가격에 마실 수 있어서 너무 너무 좋다. 하지만 다른 바롤로와 함께 했다면 이 와인의 특성을 좀 더 알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튿날... 월요일...

  니꼬호텔의 아침 부페는 그다지 특이할 것도 없고, 분위기가 고급스럽다는것만 빼면 메뉴는 비지니스 호텔급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아침의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면서 우아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차이 정도일까?

  다행히도 이번 심포지움은 3월에 있었던 심포지움의 연장선상이어서 비교적 일찍 마치는게 너무 좋다.

마치자 마자 와인샵을 찾는 여행은 오늘도...

 

  네이버의 와카에 나온 소개를 따라 오늘은 좀 더 먼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쿄의 동북쪽에 위치한 치바현. 치바현 하면 롯데 치바 마린스가 생각나듯이, 이 지역에서도 가이힌 마쿠하리는 꽤나 번화한 곳인듯 하다. 도쿄역에서 JR을 타고 동쪽으로 한참을 가면 가이힌 마쿠하리에 이른다.

   가이힌 마쿠하리에 들릴만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역의 남쪽 출구에 이어진 아울렛때문이다. 나이키, 코치, 리바이스 등등 유럽 명품은 별로 없지만 여러 유명 메이커들의 아울렛이 돌아볼만하다.

   역의 북쪽 출구에서 2~3분 걸어 올라가면 까르푸가 나온다. 이곳의 와인 매장이 저렴하다는 말 때문에 지나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곳 와인 매장은 우리나라의 대형 마트의 와인 매장보다 조금 더 클 뿐, 와인 리스트는 별로다. 단, 무똥이나 라뚜르의 최근 빈티지 (물론 00이나 03은 아님!)를 저렴하게 구하기에는 좋을 수도 있지만, 이미 구석에 숨겨진 고가와인 저장고에는 04년 무똥과 04년 오브리옹 밖에 남아있질 않다. (아! 03 무똥도 한 병 있었는데 5만엔 가까이 하는 바람에... 그만...)

  부르고뉴를 유난히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성향때문인지 부르고뉴 와인들도 꽤 있었지만 유명 도멘의 제품은 이미 절품. 한참을 고민하다 2000년 안티노리 피안 델르 비녜를 한 병 들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곳을 방문하길 잘한점...은... 꽤나 괜찮은 공산품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젤 중요한것은... 저녁에 와인 마실때 안주로 쓰일 살라미, 푸르슈토 크루도를 골라 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와인 안주로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살라미가 종류별로 여러가지 있었다는 점은... 일본이 부러운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orz

 

  돌아오는 전철 노선도를 보니 출발 전 내가 찍었던 또 하나의 와인샵으로 쉽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이힌 마쿠하리에서 다시 동경쪽으로 오는 JR을 타고, 미나미후나바시에서 내려서 무사시노선으로 갈아타면 긴시쵸로 향하는 길 중에 신코이와라는 곳에 다다르게 된다. 신코이와는 일본으로 유학가는 한국 학생들의 기숙사가 많은 곳으로 아주 작은 동네다. 신코이와역 남쪽 출구로 나서면 작은 광장이 보이고, 광장 정면의 아케이드를 따라 쭉 내려가면 오른쪽에 사카키야라는 작은 편의점, 주점이 보인다.

 

  이곳의 2층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1층 주점과 2층이 연계가 되어 있어, 동경에서도 이태리 와인 최고의 스톡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것도 출발 전 일본 라쿠텐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었다는...)  샵에 들어가서 어설픈 일본말로 찾는 와인을 말했다. 1층 편의점 사장 부부는 전형적인 일본인 아저씨 아줌마인데 약간 통통한 40대 초반의 다른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내가 내민 리스트를 보면서 이태리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기쁘다는 투로 얘기하는데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이해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은 컴퓨터로 입력해서 즉석 일-한 번역기로 프린팅해서 보여주는 정성에 감탄했다.

 

  이번 일본행의 제일 큰 목표는 상급 바롤로를 구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이태리 와인의 인기가 그저 그렇다보니 왠만한 상급 바롤로는 몇십만원을 웃도는데 일본에서의 가격은 미국 가격에 필적할 정도로 착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구하고 싶었던, 포도에 대해 가학적이다 싶을 정도로 매정한 로베르토 뵈르치오의 와인 역시 꽤나 스톡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일본 내 샵에서도 재고가 없어 거의 포기했던 뵈르치오의 매그넘 와인들도 구해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내가 내민 리스트에 대해 오케이를 연발하면서 이거 정말 좋은 와인이야~ 라는 말을 해대는 아저씨와 함께 (나도 아저씨지만...) 덩달아서 신이 났다. 피에몬테에서도 마에스트로라는 별칭을 얻은 브루노 쟈코사의 레드 라벨 바롤로인 레 로체 델 팔레또 세라룽가 달바, 바롤로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쟈코모 콘테르노의 바롤로 몬포르티노, 그리고 그의 둘째 아들인 알도 콘테르노의 그랑부씨아, 그리고 파올로 스카비노의 대표 와인인 로체 델 아눈찌아타까지... 빈티지의 선택은 한계가 있었지만 뭐든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아저씨의 자신만만함이 맘에 들었다. 게다가 바라마지않던 뵈르치오의 매그넘 바롤로 브루나테 리세르바까지...  몇 병은 수요일에 다시 와서 찾아가기로 하고 백팩 가득 와인을 넣고 다시 전철역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아직은 백팩에 여유가 있고, 시간이 있어 다시 츠키지로 향했다. 이번에는 스시 종합세트를 주문!  길쭉한 장어를 얹은 스시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면서... 이래서는 한국 가서 다시 스시 먹을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어제 들르지 못했던 고부도로 향했다. 츠키지 스시 골목에서 동북쪽으로 한 블록 올라가서 3~4분 걸어가면 스포츠호치 신문 발행 건물 앞에 있다. 1층은 사케를 파는 샵이고 2층에 와인들이 있다. 이곳은 큰 샵은 아니지만 독특한 올빈의 와인이 많다. 내 탄생 빈티지인 1971 라스까즈와 샤또 로장 가시도 있었다. 사오고 싶었지만... 총알의 부족과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건 거의 포도를 못 따먹어 저건 신 포도일거야... 라고 하는 여우의 마음과도 같은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가야의 바롤로 다그로미스와 83년 안젤루스, 99년 쟈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카치나 프란치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긴자역에서 내려서 긴자의 니시긴자도리를 따라 신바시쪽으로 쭉 걸어가면 나오는 빅 긴자에 들렀다. 이곳은 우리 식으로 치면 술만 파는 편의점(아니... 담배도 팔더라...) 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의외로 DRC와인도 있고, 5대 샤또도 몇몇 빈티지가 있어서 놀랬다. 가격도 나름대로 저렴했다. 가야를 무척이나 사고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사정인지라... (여기는 현금밖에 안됨...) 97 라 콘세이앙, 2002 로베르 아르누의 샹볼 뮤지니 마을 단위 와인을 샀다...

 

사카키야에서 구한 와인들. 뵈르치오의 브루나테, 세레퀴오 03, 브루노 쟈코사의 바롤로 레 로체 델 팔레토 디 세라룽가 달바 리세르바 2001, 포데리 알도 콘테르노 바롤로 그랑부시아 2000, 안티노리 피안 델르 비녜 2000

 

고부도, 빅긴자에서 사 온 와인들. 가야 바롤로 다그로미스 2003, 97 라 콘세이앙, 1999 쟈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카치나 프란치아, 2002 로베르 아르누 샹볼 뮤지니, 1983 안젤루스

 

 

스시로 든든히 채운 배와, 통통하고도 고소한 살라미와 푸르슈토 크루도를 꺼내놓고 또 나만의 와인 도락에 빠져든다...

  로베르 아르누... 아니 호베르라는게 정확하다는데.... 어쨋건...

  좋았던 빈티지 2002년. 잔에 따르자 시고도 튀는 맛에 ... 아... 좀 기다리자... 라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부르고뉴 특유의 플로랄 향의 다발... 마을 단위이지만 매우 복잡다단한 향들이 튀어올라서 좋았다. 하지만 구강 내에서의 만족감은 떨어지는 편. 뒤에 얘기가 나오겠지만 스즈키야 사장님 말씀처럼 마을 단위 와인이라도 좋은 빈티지의 와인들은 좀 더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끝까지 칼같은 날카로움을 잃지 않아서 부르고뉴에 대해 좀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준 와인...

 

 

  가야의 바롤로 다그로미스. 밭의 이름이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 참으로 바롤로는 체계가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부르고뉴와 비슷하다. 좋은 밭뙈기는 여러 명이서 나눠먹기하는 거 하고, 여러 밭에서 나온 와인으로 만들때에는 그냥 바롤로라고 붙이는건 부르고뉴 마을 단위 와인과 비슷하다. 그래서 네비올로가 피노 누아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는걸까? (유전학적으로는 네비올로와 피노 누아는 좀 다르다고 한다...)

  첫 느낌은 너무 좋다. 유연하고도 부드럽고, 바롤로 답지 않은 가벼운 꽃향의 연속. 아.... 내일은 가야의 소리 틸딘, 산 로렌조 등등등...을 사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2003년 어린 와인이지만 어리다는 느낌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약간 진한 부르고뉴를 마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성 잃은 와인일수도 있지만 정말 즐길만한, 그리고 즐겨지는 바롤로다. 내년에는 가야로 구매 리스트를 짜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태리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감베로 로쏘지의 최고 스타 (최다 3 글래스 수상자)인 가야를 무시할 수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구하기 쉬운 가야보다 (워낙 인기가 좋기 때문에 왠만한 샵에도 가야 와인은 다 있음...) 다른 와인들을 먼저 구하자는 계획이었음...)

 

  3일째...

  심포지움을 마치고 우에노로 향했다. 우에노에서 죠반선을 타고 약 한 시간 남짓 달리면 츠치우라 역이 나온다. 츠치우라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스즈키야에 이르게 된다. 물론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설명을 해야하긴 하는데, 이 샵의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주면 된다... 이 택시 기사 아저씨 귀엽다... 88년 한국 왔을 때 대통령이 노태우라는 것도 기억하네... 기무치도 좋아한다 그러고... 그래서 나도 스시 되게 좋아한다고 얘기해줬다. 60살 넘은 아저씨가 귀엽게 웃는게 참 보기 좋다. 의외로 고령층 일본인들도 한국에 대해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내가 그 속에서 관광객이 아닌 입장으로 오래 살아본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스즈키야(가는 방법은 미네라루님의 글을 참조...)에 도착. 사장님이 직접 샵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신다. 왠일인가 했더니... 출발 전 mineraru님께 내가 갈거라고 쪽지를 보냈더니 mineraru님께서 직접 미리 사장님께 한국서 사람 오면 연락해라... 뭐 이런 플롯으로 얘기가 전개되어 진거다...

  도착해서 이 샵의 사장님과 (스즈키야니깐 물론 스즈키씨겠지...)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얘기도 하고 와인 소개도 받고.... 재미있었다. 사장님과 길게 나눴던 얘기 중에 기억나는 것...  "나는 물론 와인을 파는 사람이니까 파커 포인트를 이용한다. 하지만 파커 포인트가 높은 와인? 좋은 와인이다. 그러나 파커 포인트가 낮은 와인은 형편 없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마셔 보고 판단하라... (씨... 돈이 있어야지....)",  ""일본에서도 유명하다는 와인 수입업체로 최대 업체가 산토리와 메르시앙이다. 근데 그 친구들 컨테이너 냉장으로 하지 않는다. 일본에 수입되는 와인의 75%는 냉장 컨테이너 안쓴다. 근데 와인이 오는 길이 대서양, 인도양, 홍콩, 일본 순이다. 너라면 어떤 수입업체를 택하겠느냐? (이 아저씨 직접 와인도 수입하시는데 전부 냉장 컨테이너 사용한다고 자랑하시는 말씀...)", " 신의 물방울이 와인 소비를 늘려주니깐 좋긴 하지만 타다시 아기 이 친구들 부르고뉴 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와인을 마시고선 이 와인 형편없다고 평한다. 편견을 갖지 말고 보라.." 등등등

비교적 고급 와인이 나열된 냉장 셀러쪽. 하지만 지하와는 비교할 수 없음!!! (사진은 미네라루님 사진입니다^^ 사진찍을 생각조차 안들었던 시간...)

  

  아무튼 사장님의 해박한 지식을 들으면서 한 시간쯤 시간을 보냈더니 mineraru님이 직접 오셨다. 오.. 통역이 생겼다!!!  미네라루님과 함께 이 샵의 지하 셀러를 구경할 수 있었다.... 지하셀러에 대한 광경은 여기서 그만 언급하고... 가급적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음... 여기까지...^^ 94 라플뤠르를 찾아내고 이 와인이 얼마 전 신의 물방울(카미노 시즈크)에서 제 4사도가 되었다고 말했더니 자기들은 그 만화책 안본단다... 칫...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서 사장님과 점원 케이쨩(엄청난 와인 매니아...), 그리고 mineraru님과 얘기를 한참 나누다, 고르고 고른 와인 8병 중 4병만을 집어들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샵을 빠져나왔다. 사장님, 일본 최후의 디젤차라면서 토요타 승합차에 나를 태워 역까지 데려다 주셨다. 내년에도 만나기를 기원하면서 아쉬운 이별...

스즈키야에서 사온 와인들. 테누타 바디아, 그로 F.S 의 리쉬부르 1999, BDM 솔데라 1987, 라플레르 1994

 

  다시 호텔로 컴백... 매번 오는 길마다 느끼지만, 부산 광안대교도 여기처럼 만들었으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이... 아쉬움과 함께 든다. 하여튼 레인보우 브릿지는 관광 명소이지만, 광안대교는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도 없는, 그냥 교통난 해소를 위한 다리라는 점이 안타깝다....

 

  바롤로 몬포르티노를 제외한다면 쟈코모 콘테르노의 최상위 라인의 싱글 빈야드(??? ㅎㅎ) 와인인 바롤로 카치냐 프란치아. 클래식한 바롤로는 숙성에 오랜 시간을 요한다고 했는데 의외로 맛있다. 타닌도 강하지 않고. 정상급 바롤로의 최근 빈티지를 접하다보면 특유의 혀를 조이는 타닌을 무시하기 힘든데 99빈임에도 불구하고 (피에몬테는 96~2001까지 모두 빈티지가 좋으니깐.) 아주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좋다. 역시 보다 상급 바롤로다? 라고 말해버린다면 좀 속물냄새도 나지만, 어쨋거나 우려했던 것보다는 지금 마시기에도 아주 좋아서 만족했다. 무지 두꺼운 껍질로 강한 탄닌을 자랑하는 네비올로이지만 실제 잔에 부어보면 연갈색의 맑은 액체로 빛을 유려하게 투과시키고, 입안에 머금으면 때론 강한 타닌으로 양쪽 혀의 가장자리가 조이지만, 마실때의 바롤로는 그런 강인한 면이 부드러워져서 매끈 매끈하게 입안을 맴돈다. 구해둔 몬포르티노 96, 97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안티노리의 BDM인 피안 델르 비녜 2000. 2000년 빈티지에 대한 평가는 좀 엇갈린다. 대체적으로 2001년이 낫다는 평가지만 유독 와인 스펙테이터만은 2000년을 좀 더 쳐준다. 와인 애드버킷은 95 vs. 96점으로 2001년에 1점을 더 줬고 (이 1점 차이로 인해 칸의 색깔이 바뀐다는... ㅎㅎ), 감베로 로쏘 역시 2001년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어쨋든... 2001년 피안 델르 비녜를 마셨던 감동 때문에 1997부터 쭉 구해놓았는데 2000년의 가격은 참 착하다. 뭐랄까... 맛에 대한 평가가 와인 가격에 이렇게 솔직하게 반영되는 와인은 처음 본 것 같다. 97년 피안 델르 비녜의 외국 가격은 120$ 정도인데 98년이나 2000년은 %$60~70 사이이니 참 특이하다...  아직은 걸쭉한 느낌, 약간은 거친 과립이 느껴지는 와인. 좀 더 뒀다 마셨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싶지만, 이 놈까지 한국에 데리고 가긴 힘들것 같다...

 

  수요일... 다시 신코이와의 사카키야에 들러 부탁했던 와인들을 찾아왔다. 2층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오고 싶었지만 식당 여는 시간은 6시 30분.... 시간 갭이 너무 커서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1층 아저씨의 말로는 여기 쉐프의 실력이 상당히 좋다고 하니 시간되시는 분들은 긴자의 비싼 식당 말고 이런 곳도 둘러 보시면 좋을 것 같다....

  2001년 로베르토 뵈르치오의 바롤로 매그넘병의 묵직함을 필두로, 1996 쟈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몬포르티노 리세르바, 2001 파올로 스카비노 바롤로 로체 델 아눈찌아타를 백팩에 넣고 오니, 뿌듯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시간이 남아 이제껏 제일 한국인에게 유명했던 도쿄의 와인샵 요모를 다녀왔지만, 비싼 가격과 한정된 스톡에 실망만 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사고자 하는 와인이 무엇이냐에 따른 차이이니깐, 절대 주관적인 관점이라는것... 이해해주시길 바람... ㅜ.ㅜ 

 

 

  내가 보아왔던 와인 레이블 중 가장 섹시했던 테누타 바디아 디 모로나.... 자세히 보면 분명히 옷을 입고 있는 우아한 여성인데도 왠지 섹시해보인다...  1997 라 콘세이앙과 함께 했다. 콘세이앙... 좋은 와인이다. 그리고 빈티지야 어쨋던 뽀므롤의 유명 와인이 아니었던가? 뽀므롤이나 생떼밀리옹 와인들에 대한 와카인들의 극찬 중 하나인 플로랄, 프루티 폭탄이라는 말... 여기서도 충분히 느껴진다... 같이 마셨던 97 콘세이앙을 완전 압도. 99년의 좋은 빈티지 탓인지 아직까지도 신선한 과일향이 풀풀 풍겨지며, 입안 가득 머금으면 거친 느낌 없이 한껏 부드러운 뉘앙스를 자랑한다. 아.... 좋다....  

  오크향이 별로 없는 와인들을 최근에야 많이 접했지만, 이, 알지 못했던 이태리 와인 한 병은 어느 어느 지역이 최고야 뭐야... 라고 하는 말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만난 최고의 cost-effective 와인... 상급 와인을 꼭 접해보고 싶다.

 

마치 프랑스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온 기분이다.
한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와인 스톡의 광경때문인지, 아님, 유럽으로 휴가를 갈 수는 없게 된 현재의 상황 때문인지, 왠지 도쿄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 출처 : 와인카페 |  http://cafe.naver.com/wine/20940  ]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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