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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여행 - 에어즈락(울룰루)

호주 여행 - 에어즈락(울룰루) 국내외 여행정보 2008.10.14 16:16

호주 여행 - 에어즈락(울룰루)

 
 

 


 
쿠버피디를 벗어나면 이제 사막성기후가 모습을 드러낸다. 남위 38도선에 걸쳐있던 멜번이 온대성 기후였다면 남위 29도가 지나가는 쿠버피디에서 남위 23.5도에 걸쳐있는 엘리스 스프링스까지의 호주 중앙 아웃백지역은 건 조사막지대의 전형적인 기후 특성을 보인다. 그 위로 캐서린까지는 아열대기 후로 변했다가 남위 12도선이 지나는 다윈까지는 다시 열대기후로 변할 것 이다.
남반구 대륙에서 정북방향으로 달리는 차는 종일 태양을 안고 달린다. 지난해 화상입은 경험을 거울삼아 선크림을 바른 뒤, 미리 준비한 차양막을 앞유리와 옆유리에 달고, 에어컨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면서 선글라스로 버텨 낸다. 차창밖의 경치는 끝없이 이어지는 키작은 관목숲과 붉은 색 토양이 황량함과 절대침묵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두번째 종단에 나설 것임을 고백했을 때 작년 호주에서 사귄 켄 할아 버지(69)는 고개를 저으면서 ‘stupid’(바보같은 짓이야)를 연발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호주인들이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아웃백을 두번이나 종단하는 여행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다른 어느 곳에서도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이 절대침묵의 땅은 묘한 매력이 있다. 시계바늘을 원시시대 로 돌린 듯한 통시적인 지구관이 생기고, 지금이라도 지각 변동의 천재지변 이 일어날 것같은 그런 느낌의 연속은 인식을 확장시키고, 상상력을 시험한 다.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시선을 가로막는 지장물이 없어 지평선만 아스라히 실낱같이 퍼져있는 광야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촬영에 긴 시간을 보낸다. 언젠가 이곳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지면 다시 오리라 다짐하면서. 쿠버피디에서 에어즈락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남호주와 북부특별자치구(노 던 테리토리)의 경계선이 있다. 특별구에 들어섰음을 상징하는 콘크리트 건 조물 벽에는 이 지역 생태계 특성과 역사를 간략하게 적어놓은 안내문이 보인다.

이곳부터는 ‘캥거루조심’ 입간판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아웃백 지역 에서 자동차 속도계는 무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캥거루로 인한 대형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캥거루는 주로 해가 진 직후 자주 출몰하며, 가만히 길가에 섰다가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도 느닷없이 달려들곤 해 운전자들이 애를 먹는다.

작년에는 특히 캥거루가 많아 정부에서 캥거루사냥을 공식적으로 허용하 기도 했는데, 밤길 운전의 위험은 상상을 초월했다. 차에 치여 죽은 캥거 루 시체는 어디에선가 날아온 사막지대의 독수리가 포식하고, 다른 작은 새 들이 시체를 하나도 남김없이 청소한다. 지난 해 여행에서는 북부특별구 경계지점 직전에서 결국 캥거루를 들이 받고야 말았다.

120km의 속도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안에 일행이 오히려 위험할 것 같은 순간적인 판단에, 속도를 조금만 줄인 뒤 캥거루를 그냥 타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바람에 헤드라이트와 앞 범퍼가 파손됐지만 엔진에는 이상이 없어 여행을 계속할 수는 있었다.

이번에는 작년의 악몽을 피하기 위해 쿠버피디에서 서둘러 나섰지만, 얼 룬다 지점을 지날 즈음엔 어둠이 엄습해 신경이 곤두섰다. 얼둔다는 쿠버피디와 엘리스 스프링스 중간지점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서쪽의 에어즈락까지는 265km 떨어져 있다.

오후 7시를 넘기면서 어두운 사막 관목지대 들판을 달리던 차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캥거루 몇마리를 만나고야 말았다. 하지만 가뭄에 시달렸 던 작년 놈들에 비해 올해의 불청객들은 조심성이 많은 편이어서 무작정 달겨들지는 않는다.

한달반 전에 예약해 뒀던 에어즈락 리조트의 캐빈에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 안내소 건물에서 만난 호주인은 밤길운전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캥 거루와 충돌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을 대단한 행운으로 표현한다. 통상 60호주 달러 정도인 다른 캐빈과 달리 에어즈락 리조트의 캐빈은 110∼120달러로 비싸다. 시설도 훌륭하지만 수요에 비해 물량이워낙 적은 탓이다.

세계 최대규모의 단일 바위산(높이 348m·둘레 9.4km) 에어즈락(원어는 ‘울룰루’)은 1872년과 73년 지도작업을 위해 원주민(애버리지널) 영토파악 작업을 벌이던 어니스트 자일스와 고세가 방문하기 전까지 백인들에겐 생소 한 곳이었다. ‘에어즈’란 이름은 당시 남호주지사의 이름에서 땄다.

원주민들은 이곳에서 30km 떨어진 36개의 바위로 이뤄진 올가스(높이 54 6m, 원어는 ‘카타추타’)까지 일대를 영원한 숭배의 대상으로 신성시한다. 울룰루와 올가스는 풍식작용에 의한 암석부스러기와 바람에 날려온 모래에 뒤덮여 형성된 거대한 퇴적암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애버리지널들에게는 영혼 의 고향이다. 19세기 후반 백인들은 이 원주민들의 성지에 거대한 목장을 세웠고, 그후 두 문화의 충돌이 잦아졌다.

1930년대와 50년대의 극심한 가뭄 등을 거치면서 아웃백 일대 원주민들은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백인사회에 서서히 동화돼 갔지만 이곳 아낭 우부족만은 타협을 거부, 그들의 생활양식과 생존방식을 이어갔다. 마침내 85년 10월26일 이 일대의 소유권이 원주민에게 있음이 호주정부에 의해 인 정됐고, 87년에는 이 일대가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공식적인 보호구역이 됐다. 지금은 호주정부가 이 지역을 울룰루-카타추타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뒤, 원주민에게서 임차하는 형태로 공원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애버리지널들은 지구가 형성돼 인간과 자연이 시작된 시기를 드림타임(꿈 의 시기)이라고 부른다. 에어즈락에서 1km 떨어진 문화센터에서는 이 일대에서 펼쳐졌던 드림타임 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 글을 접한다.

“세상의 시작은 모양없이 평평했다. 추쿠리차(선조)가 돌아다니면서 동식 물을 만들고 땅의 모양도 만들었다. 우리 아낭우부족은 추쿠리차의 후손으로 , 우리땅을 지키고 경영할 책임이 있다. 추쿠파(법과 진리)는 우리의 머리 와 가슴에 전해지고 사세한 것들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야기와 노래, 춤, 미술과 의식으로 전해진다.… ”

산에 오른 시각은 오전 10시경. 겨울이라 낮시간 등반이 자유롭지만 12 월에서 이듬해 2∼3월의 여름에는 한낮 등반이 어렵다. 너무 더운 까닭이다 . 정상까지 1.6km의 등반코스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출발점부터 중 간지점까지는 경사가 가파르고 바람이 세차 설치된 체인에 의지해야 한다. 에어즈락 등반은 이번 취재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일찌감치 꼽아온 만큼 기대와 흥분이 교차한다. 작년 경험을 거울삼아 올해는 행동하기 편한 등 산복 바지와 신발, 디지털카메라 등을 따로 장만해 한결 맘이 가볍다.

지난 해에는 한 등산객이 공포감에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바람에 응급구 조사들이 환자를 구출해 내기도 했다. 등반 도중 포기하고 내려오는 사람도 적지않다. 도중에 내려다 보이는 저 산아래 주차장의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이고 체인을 놓치고 삐긋하면 추락사한다고 생각하면 온몸에 힘이 쭉 빠 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올해는 치마를 입고 체인조차 잡지않고 위험한 산을 곡예하듯이 올라가 는 여학생에서부터, 70대로 보이는 노인부부, 세살배기 아이를 무동태우고 성큼성큼 걸어서 산을 넘는 대머리 패션의 건장한 남자까지 만나 인상적이 다.

풀 한 포기 없던 등산코스와는 달리 막상 평평한 산정상에 오르면 여 기저기 바위부스러기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눈에 띈다. 천지사방에 광야만 이어져 있어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다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막 막한 바다와 같은 광야 저쯤에 올가스가 홀로 섬처럼 자리잡고 있다. 울룰 루 정상에 올라서는 사람들은 멀리 시선에서 사라지럼 지평선과 우주를 바 라보며, 인간의 문명이 과연 발전한 것인지 퇴보한 것인지, 어느 쪽이든 과연 의미가 있기나 한 것인지, 그러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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