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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동체를 찾아서

생태공동체를 찾아서 국내외 여행정보 2008.10.05 14:40

생태공동체를 찾아서
 

 


국내 생태공동체 현황 
 
국내 생태지향적 공동체운동의 역사는 길지 않다. 몇몇 종교공동체를 제외하고는 주로 90년대 중반 이후에 설립됐으며, 최근 들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곳도 여럿이다.

전남 장성의 한마을공동체는 90년 시작됐고 경북 상주의 푸른누리와 경남 창녕의 공생농두레는 1995년 시작됐다. 경남 산청의 간디생태마을 안솔기는 2000년 마을 조성계획을 수립한 이후 지난해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고 지난 10월 경남 함양읍의 두레마을이 문을 열었다.

농촌 살리기를 목표로 96년 창립된 ㈔전국귀농운동본부는 개별적 귀농의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생태공동체를 만드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96년 시작된 전북 무주의 진도리 생태마을이 그것이며 요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마을은 초기에 대부분 헌신적인 지도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계획공동체다. 최근에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운동뿐 아니라 기존의 농촌과 산촌을 생태지향적으로 변모시키는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강원 홍성의 문당리 마을과 부산 물만골 마을 등은 기존 마을이 생태 마을로 변모한 경우. 2000년 결성된 ㈔생태산촌 만들기는 경기 양평의 명달리를 시범마을로 지정, 지역 자산으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생태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생태적인 산촌활성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자연과 인간 ‘相生의 삶’ 모색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가꿔가는 공동체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다양한 성격의 국내 공동체 마을이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동체운동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결성돼 덴마크에 본부를 둔 GEN(Global Eco-village Network)에는 전세계 160여개 계획공동체와 1만여개의 전통마을이 결합돼 있다.많은 이들이 지금 이곳에서와는 다른 삶을 꿈꾼다. 병든 지구, 파편화된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생태지향적 공동체운동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한국의 생태공동체를 찾아서’ 연재기획을 시작한다. 국내 곳곳의 생태공동체를 방문하며 새로운 삶의 현장과 방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속도와 소비욕, 개발과 환경파괴로 상징되는 물질문명에 진절머리를 친다. 각박한 인간관계와 숨막히는 경쟁 속에 일벌레로 살아가며 날로 극악해져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내면의 평화와 참자아를 찾으며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해 보기도 한다. 귀농의 꿈을 간직한 채 주말마다 회색 콘크리트 도시를 벗어나 작은 밭을 가꾸는 소시민부터 가족을 이끌고 해외의 공동체 마을을 찾아 이민을 떠나는 이들까지 한결같은 마음이다.

새로운 삶의 방식과 건강한 터전을 건설하기 위한 공동체운동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특히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이 다시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생태위기시대의 절박함은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환경친화적 삶을 모토로 한 생태공동체운동에 더 큰 관심을 갖게 한다.

생태공동체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향한다. 유기적인 먹을거리 생산, 생태적 건축 등 생활과 생산양식이 자연생태계와 조화를 이루고 자원과 에너지, 폐기물의 순환체계를 갖춘 건강하고 안정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뒤서킬레 생태마을의 경우 풍차와 태양열을 이용,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며 곡물과 야채도 자급자족하고 있다. 경남 함양읍의 두레마을도 풍력과 태양광 겸용 발전기를 설치해 에너지의 자급자족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공동체의 주민들은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며 공동체 내부에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다. 경북 상주시의 푸른누리 공동체는 ‘무소유·무아집·절대평등·늘 행복한 세상’이라는 공동의 이상을 추구하며 옷, 신발, 돈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동체가 함께 쓰고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진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이병철 본부장은 “산업문명과 도시화로 대변되는 삶의 양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하지도 지속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새로운 공동체 운동은 생태와 환경이 가장 중요한 가치 지향으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생태지향적 공동체들은 그 구성방식과 생활양식에 따라 계획공동체, 생태마을, 공동주거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계획공동체란 공통된 신념을 가진 구성원들이 공동생산·분배, 자급자족, 전원합의제 등을 추구하는 형태로 150여명 내외의 규모로 구성된다. 두레마을, 푸른누리, 경기 화성의 산안마을, 덴마크의 뒤서킬레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생태마을은 농촌을 중심으로 기존 마을을 생태지향적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마을을 구성하되, 주민들은 공적·사적 경제활동을 혼합하는 형식이다. 경남 산청군의 간디생태마을 안솔기의 경우, 주민들은 각자의 직업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무주 진도리 마을, 홍성 문당리 마을, 녹색대학의 생태마을 등도 이에 속한다. 공동주거는 10∼50가구가 공동체 생활과 개인 프라이버시의 균형을 맞춰가며 같이 사는 형태이다. 안양 아카데미 테마타운, 초록마을, 서초구 서당골, 덴마크의 뭉케쇠가르, 독일의 하노버 생태주거단지 등이 있다.

이외에도 무엇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으며 다양한 실험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이 모여 생태마을 조성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환경벤처기업 ㈜이장의 경우는 일터와 삶터를 공유하는 회사공동체를 지향한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현재 20명의 직원들이 모두 같은 마을로 이사해 살고 있으며 각자의 자가용을 정리, 공동소유로 바꾸는 등 삶의 양식을 조금씩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향후 직원 모두가 공동체를 이루는 생태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장 임경수 대표는 “생태적인 것과 멀어지는 것이 진보라고 윽박지르던 물질문명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대안적인 삶을 찾는 시도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미래사회에 더욱 적합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시연구소 이근행 사무국장은 “사람들에게는 온전하게 어딘가에 소속돼 자기 노릇을 하면서 살아가고픈 공동체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가 있으며 삶이 파편화되고 소외감이 커질수록 그리움도 커지는 법다”며 “생태공동체는 미래사회의 중요한 대안이자 근본적인 삶의 전환을 꾀하는 이들에게 선택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생태공동체 운동가 김성균 단국대 강사는 “생태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환경운동, 녹색정치, 녹색소비자교육운동 등이 시도돼 왔지만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해 문제해결의 벽에 부닥쳤다”면서 생태공동체 운동에 대해 “개선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세상과 삶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생활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산안마을-10가구가 한살림 ‘무소유’ 실천 
  
‘돈이 필요 없는 사이좋은 즐거운 마을.’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구문천3리 산 141의1번지에 위치한 생태공동체 ‘산안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이같은 내용의 입간판이 방문객을 맞는다. 물질보다 끈끈한 인간의 정으로 살고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마을임을 세상에 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오전 11시, 식사시간이 되자 ‘애화관(愛和館)’이라는 푯말이 붙은 건물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평소 마을에서 키운 유기농 채소와 달걀, 돼지고기 등으로 식사를 하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별식인 라면이 식탁에 올랐다.

어젯밤 TV에서 본 토크쇼 얘기를 나누거나 대선후보 품평을 하며 두런거리는 모습은 여느 마을사람들과 다른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유심히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니 하나둘 다른 점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먹을 만큼만 덜어 먹고, 남은 것은 돼지에게 먹일 것과 비료로 만들 것을 분리해 통에 비운 후 그릇은 쌀뜨물로 헹궈 모아놓았다. 버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설거지는 음식과 빨래 등을 담당하는 생활부 소속 주민이 마무리지었다.

산안마을은 10가구 44명. 이중엔 한국인 신랑·일본인 신부 커플도 세쌍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한가족, 한살림이다. 저마다 농사담당 채소부, 닭을 키우는 양계부, 마을의 생산물을 유통시키는 공급부, 아이들을 돌보는 학육부, 생활부 등에 배속돼 일하지만 누구도 월급을 받지 않는다. 마을 돈지갑을 하나로 관리하면서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만큼 받아 쓴다.

마을 안에선 돈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음식과 생필품이 가득한 창고 문은 늘 열려 있고 누구라도 가져다 쓰면 된다. 부엌도 옷장도 하나로 같이 먹고 같이 입는다. 아이들도 같이 키운다.

내 자식만 감싸고 도는 게 아니고 모두 내 자식처럼 돌보고 아이들은 마을 어른들을 부모처럼 따른다. 아이들은 모두 ‘태양의 집’이라 불리는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 친형제·자매처럼 지낸다.

산안마을은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며 행복해지는 삶을 제시했던 일본의 농부 야마기시 미요조(1901~1961)의 영향으로 지난 84년 세워졌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산안마을의 이념적 구심은 바로 야마기시 미요조의 성을 딴 ‘야마기시즘’이다.

야마기시즘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마을들이 일본과 한국을 비롯, 스위스, 브라질, 태국, 독일, 호주, 미국 등 전세계 50여곳에 세워져 있으며 마을간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마을의 큰아버지격인 윤성렬(60)씨는 “많은 형제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보니 사회성이 저절로 키워져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적응을 잘하고, 모든 어른들을 자기 부모 모시듯 한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가장 지독한 소유욕은 자식에 대한 집착”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아이들끼리 아이답게 자라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안마을 사람들은 물질과 돈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무소유도 실천하는 것이다.

이들 삶의 모토인 무소유는 공동소유와는 다르다. 산안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재산도 마을 주민들의 공동소유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유와 공유, 모두를 넘어선 가지지 않는 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세상의 어떤 것도 소유될 수 없으며 다만 쓰일 뿐이라고 여긴다. 마치 태양과 공기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고 누구나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도,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이 함께 혜택을 누리며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그냥 존재하는 것일 뿐 누군가에게 속할 수 없고, 소유는 관념일 뿐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모든 여성이 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을 벗을 수 있는 산안마을을 여성해방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선희(33)씨는 “식생활과 의생활, 육아 등의 부담이 벗게 되니 남편과 함께 악기를 배우는 등 취미생활도 여유있게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내 남편, 내 아이의 얼굴만 바라보며 집착하기보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실현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내 삶의 목표를 더 열심히 추구하게 된다”면서 “고학력, 선망의 직업, 번듯한 직장을 추구하는 것보다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삶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2∼19일 산안마을에서는 7박8일의 야마기시즘 특강회가 열린다. 산안마을은 매년 1, 3, 5, 8, 11월, 7박8일간의 야마기시즘 특강회를 통해 세상 사람들이 사적 소유와 공유의 개념을 넘어, 무소유의 경지에 이르러 참자유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문의 031-353-3920


한마음 공동체-유기농 60여가구 ‘더불어 삶’실천 
 
지난 9일과 10일 전남 장성군 남면 마령리 한마음공동체에서는 마을 주민과 도시민 500여명이 어울리는 추수감사축제가 펼쳐졌다.

폐교를 개조해 만든 한마음 자연학교 앞마당엔 20여명이 황토집 지붕에 얹을 이엉을 엮었다. 어르신들의 능숙한 솜씨를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던 도시 아이들도 신이 나서 짚을 한움큼씩 움켜쥐고 두 손을 비벼댔다.

또 다른 한무리는 자연학교 뒤편 감나무밭에서 빨갛게 익은 감을 따고 있었다. 찬 바람에 아이들의 볼도 익은 감처럼 붉게 상기됐지만, 직접 딴 감을 양손에 들고 한입씩 베어먹으며 추운 줄도 모르고 즐거워했다. 이들은 신선한 유기농산물이 가득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줄다리기, 닭싸움,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며 한마음으로 어우러졌다.

10여년간 유기농사를 짓고 있다는 전춘섭(63)씨는 “내다팔 농산물엔 농약을 쳐도 자기가 먹을 것엔 농약을 안친다는 이들도 있다지만, 나는 내가 키운 농산물은 모두 내 식구들이 먹을 것이라 생각하고 농사짓는다”면서 “유기농은 이웃과 더불어 모두가 잘 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이엉엮기를 하던 회사원 양만승(41·광주시 광산구 월계동)씨는 “도시와 농촌이 서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수입농산물을 선택한다면 우리 농촌도 망하고 건강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0년 출범한 한마음공동체는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하고 농약 대신 천적을 키워 해충을 잡는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60여 농가와 이들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애용하는 전남지역 도시민 3000여 가구를 한가족으로 이어주는 모임이다. 한마음공동체 구성원들은 한곳에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 이상의 신뢰와 연대감을 갖고 있다. 추수감사축제 외에도 정월대보름, 모내기, 여름휴가 함께하기 등 계절마다 열리는 축제를 통해 공동체 문화를 가꿔가고 있다.

공동체에서는 농산물 직거래뿐 아니라 자연학교와 생태유치원을 설립해 환경농업과 자연체험학습 등 대안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연학교에서 천연염색과 유기농사법, 흙집짓기를 배우며 의식주 생활 모두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운동을 도시와 농촌에서 함께 펼쳐가고 있다. 도시민들은 먼 거리를 마다않고 아이들을 생태유치원에 보내 자연 속에서 뛰놀며 공동체 문화를 배우게 하고 있다.

한마음공동체가 이같은 틀을 갖추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시도가 있었다.

90년대 초반의 한마음공동체는 생활공동체를 추구하며 공동생산·유통·분배를 하는 협동농장 형식이었다. 그러나 생산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공동생산체제를 포기하게 된다. 대신 직거래를 원칙으로 공동유통망을 넓혀가고 공동체의 의의를 함께 실천해갈 도시 회원가구 확보에 주력했다.

10여가구에 불과했던 유기농가가 60여가구로 늘었고 전남지역 도시의 소비자 가구도 3000여 가구로 늘었다. 2000년 한마음 자연학교와 생태유치원의 문을 열면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생태·문화공동체로서의 새 면모를 갖추게 됐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정의·생명·공동체’라는 모토와 “바로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자”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한마음공동체 남상도 대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승진하기 위해 행복을 끊임없이 미래로 유보하다가는 죽을 때까지 행복할 시간이 없다”면서 “눈앞에 펼쳐진 삶을 충분히 누리며 자연의 순리대로 욕심 없이 함께 사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삶터마다 공동체문화 싹텄으면…” 
 
가난한 농촌마을에 유기농업과 공동체 운동의 씨앗을 뿌린 이는 한마음공동체 남상도(45·목사) 대표다.

84년 전남 장성 백운교회에 부임한 남대표는 3년간 전도활동을 하다가 도시로 떠날 생각을 하던 평범한 목회자였다. 그러나 처참한 농촌 현실은 농민들을 찾아 논밭으로 목회활동을 다니던 남 대표를 공동체운동가이자 농사꾼으로 변신시켰다.

“논밭을 찾아다니며 농민들과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며 기도를 드렸죠. 그러나 농사가 잘 돼도 농민들은 한숨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민을 죽이는 농업정책 때문에 농사가 잘 되면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만 손해를 봐야 했으니까요. 축복이 곧 불행을 가져오는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농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습니다.”

80년대 농민 투쟁의 선봉에 섰던 남목사는 90년대 들어서면서 투쟁 중심의 농민운동을 접고 유기농이야말로 농민도 살리고 자연도 살리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종교를 초월한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리고 지난 2000년 한마음 자연학교와 생태유치원의 문을 열었다. 농촌은 농사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진정한 교육의 장은 자연이며 농촌이라는 믿음에서였다. 농촌은 문화와 교육의 장으로 그 가치가 높아졌고, 도시민들에겐 대안적인 교육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남대표는 “공동체 운동은 원칙을 고수하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깨인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살기보다는 각자의 삶터에 흩어져 뿌리내리고 주위를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마음공동체가 60여 농가와 3000여 가구의 도시민을 한식구로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것은 남대표의 이러한 신념 때문이었다.

“한마음공동체는 도시와 농촌이 문화를 공유하며 모두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를 추구합니다. 전국 곳곳에 한마음공동체와 같은 지역공동체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문당마을 
 
지난 14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마을 중앙에 위치한 ‘나눔의 집’. 마을 주민 70여명이 모여 환경농업기술 강연을 듣고 있었다. 왕겨와 퇴비를 이용한 유기농법을 소개하는 강사의 말에 주민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눔의 집’은 지난 2000년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은 2층 흙벽돌집이다. 마을 사람들이 3만6000장의 벽돌을 손수 찍고 750벌의 서까래도 직접 깎았다. 교육센터와 농촌생활 유물관 등으로 이뤄진 나눔의 집은 농사기술을 나누고 도시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실시하는 환경농업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의 결혼식과 회갑연 등 행사도 무료로 치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평범한 시골 마을이던 문당리가 세상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생태공동체로 떠오르게 된 것은 ‘오리농법’ 때문. 오리농법이란 봄철 모내기 직후부터 가을철 이삭이 패기 전까지 오리를 논에서 키움으로써 벼멸구, 진딧물 등 해충과 잡초 씨앗, 잡초싹들을 제거하도록 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오리농법을 이용하면 농약을 쓸 필요도 없고, 김을 매지 않아도 된다. 오리들이 헤엄치며 논물을 저어주기 때문에 물 속 산소량이 증가하고 벼포기에 자극을 줘 벼가 튼튼하게 자라게 된다. 오리 배설물로 유기질비료까지 제공하는 셈이므로 그야말로 1석5조의 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환경농법이다.

오리농법을 처음 도입한 이는 마을대표 주형로(43)씨. 92년 홀로 시작한 이 농법이 지금은 문당리 전체 농가의 70%인 60가구 20만평에서 실시되고 있다. 문당리뿐만 아니라 홍동면 전체로 퍼져 오리농법 가구가 440가구 118만평에 이른다. 오리농법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환경농업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오리농법으로 생산하는 유기농 쌀은 일반 쌀보다 30%정도 비싸지만, 수요가 늘어 전량 예약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마을대표 주씨는 “대부분의 벼재배 농민들은 쌀 수매가 어려워 걱정하며 ‘근심쌀’을 생산하지만, 우리 마을에는 계약 재배가 뿌리내려 ‘기쁨쌀’을 생산하고 있다”며 웃었다.

오리농법은 마을 사람들을 공동체로 엮어줬을 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하나가 되는 계기도 마련해 줬다. 매년 봄 ‘오리입식’ 행사에는 도시의 소비자 가족들이 참석해 논에 새끼오리를 직접 넣어주고 함께 어울리는 한바탕 잔치가 펼쳐진다. 봄에 도시의 소비자가 새끼 오리를 사서 논에 넣어주면 농민은 가을에 오리고기와 쌀을 돌려주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 매년 동참자가 늘어 지난 6월 잔치에는 1600여명의 도시 손님들이 참여했다. 가을이면 ‘가을걷이 나눔의 축제’를 마련, 메뚜기 잡기대회를 여는 등 풍요롭고 건강한 자연을 함께 즐기고 있다.

방주 공동체 강문필회장 “주변 반대딛고‘친환경농법’고수 보람” 
 
“도시 사람들 똥은 화학조미료랑 방부제가 많이 섞여 있어 잘 썩지도 않아요. 거름으로도 못쓴다는 말이지요.”

방주공동체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강문필씨는 “농약으로 ‘코팅’된 음식을 먹는 도시사람들을 보면 앞날이 걱정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슴살이, 이발사, 탄광 광부 등을 거친 강회장이 이곳 경북 울진군 쌍전리에 정착한 것은 지난 82년. 당시 교회를 다니던 그는 “내가 키운 배추가 금배추가 되어 이웃을 돕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연 3년 배추 값 폭락 등으로 농사에 실패한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농사 잘되게 하려고 남들이 농약 2번 치면 저는 5번 쳤죠. 이웃에 먹일 음식을 농약 범벅을 해놓고, 농약냄새 가시지 않은 손으로 기도했으니 망할 수 밖에요.”

이같은 깨달음 이후 그는 친환경농업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유기농업하는 농사꾼을 미친사람 취급하고 심지어는 ‘빨갱이’로 몰기도 해 고초도 많이 겪었다. 농민 중에서는 “유기농업 해봤자 가격이 비싸 가난한 서민들은 사먹지 못하니 농민 업신여기는 부자 놈들이나 보신시키는 일”이라며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유기농업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은 강회장은 지난 96년 농약 대신 마늘, 생강, 현미식초, 계란껍질 등을 발효시킨 천연약으로 고추를 재배해 국립농산물검사소로부터 ‘무농약고추 품질인증마크’를 획득, 전국에 그 이름을 알렸다.

“귀농한다고 무릉도원이 펼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귀농한 사람들이 유기농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입니다만 이들이 도시에서 ‘한가락’했다는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농촌사람들과 자주 충돌해요. 저는 요즘 귀농학교에 가면 어설프게 귀농할 생각말고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바꿀 고민을 하라고 말합니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하는 농촌공동체의 특성도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서 걱정입니다.”

그에게 요즘 도시 사람들은 고추를 먹을 때 농약이 밑에 몰려있다고 끝부분을 따고 먹는다고 말하니 껄껄 웃으면서 이렇게 답한다.

“요즘 농약은 침투성 농약이라 골고루 다 분포되어 있어요. 사과 같은 과일도 두껍게 깎아 먹을 게 아니라 잘 씻어서 껍질째로 드세요. 모든 농산물의 껍질에는 농약을 분해시키는 성분이 있습니다.”


쌍호공동체 
 
지난 7일 오후 10시 낙동강가의 조용한 시골마을인 경북 의성군 안사면 쌍호리. 오후 6시가 넘으면 끊어지는 버스때문에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쌍호리는 겉으로 보기엔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쌍호공동체’라는 이름으로 13년째 유기농을 고집하며 땅과 자연, 인간을 살리는 ‘생명운동’을 실천하는 15가구가 모여살고 있는 곳이다.

15가구 모두 가톨릭 신자인 쌍호공동체에선 ‘나’보다 ‘우리’가 우선이다. 중요한 일은 무엇이든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어떤 작물을 얼마만큼 재배할 것인지 1년의 농사계획부터 환갑잔치를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회의는 부부동반이 원칙, 성원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다보니 모두가 한가족처럼 가깝다.

공동체 성원들은 설도 함께 쇤다. 차례를 마치고 오후에 함께 모여 세배를 하고 선물도 나누며 집집마다 마련한 음식을 가져와 나눠먹는다. 98년에는 같은 해 환갑을 맞은 어른 6명의 환갑잔치를 함께하기도 했다.

8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김정상(50)·조옥희(50)씨 부부는 비닐하우스에서 동치미용 무를 뽑아 손질하고 있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듬어 6개씩 볏짚으로 묶어냈다.

“무가 100일된 아기 다리처럼 통통하고 예쁘네요. 무슨 일이든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죠.”

김씨는 벌레 먹은 농산물을 더럽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벌레도 못먹는 농산물은 사람도 못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생명운동에 동참한다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소비자의 호응이 없으면 농민들의 생명운동도 지속되기 힘들 테니까요.”

쌍호공동체를 이끌어온 우영식(64)씨 댁으로 발길을 옮기니 직접 깎아 말렸다는 검붉은 빛깔의 맛좋은 곶감을 내놓았다.

“시중에서 파는 발갛게 빛고운 곶감은 먹지 마세요. 감을 깎자마자 유황으로 훈연을 한다고 합디다. 도시사람들이 보기 좋은 것만 따지고 보얗게 분이 난 건 먼지 묻었다며 먹지 않기 때문이라나요.”

우씨의 아내 최아녀(62)씨도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수확하기 직전에 농약을 많이 뿌리기 때문에 싱싱한 채소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편한 방법 마다하고 미련하게 고생한다고 비야냥 거리던 사람들도 이제는 유기농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명운동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안돼 있으면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주지 않습니다.” 농사꾼으로서의 이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힘을 주어 말하는 우씨의 모습에서 참된 농군의 아름다움이 물씬 배어나왔다.


한울공동체 
 
지난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한울공동체 김수원(39) 대표 집에 소담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마침 아내와 아이들은 서울 친척집에 다니러 갔고, 김씨와 그의 어머니 허인균(72)씨만 밥상을 함께 했다. 유기농 채소로 만든 세가지 김치와 맛깔스러운 젓갈, 밭에서 막 뜯어온 향그러운 쑥갓을 듬뿍 넣은 생선찌개가 입맛을 돋웠다. 밥그릇을 깨끗이 비운 후 설거지를 돕겠다고 나섰는데 주방용세제가 보이질 않았다.

“샴푸랑 치약도 안 쓴당께. 우리 유기농하는 집들은 다들 그려. 쌀뜨물 받아놨다 씻으면 기름기도 깨끗하게 닦이니께.” 허씨는 쌀뜨물을 이용해 익숙한 솜씨로 설거지를 마쳤다.

변산면 일대의 유기농 16가구로 이뤄진 한울공동체는 농촌마을로는 드물게 30∼40대 젊은 농사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토박이와 귀농가구가 절반정도씩이다. 90년부터 이들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기계와 비닐도 가급적 쓰지 않는 유기농사를 짓고 있다. 단일 종목으로 대규모 농사를 짓는 단작도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금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원칙을 고수한다. 그리고 합성세제도 쓰지 않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철저히 ‘무공해 삶’을 추구하고 있다.

한울공동체에서 유기농을 처음 시작한 이는 정경식(43)씨. 지난 84년부터 홀로 고군분투하던 정씨를 중심으로 토박이 농가 2가구가 뜻을 모아 90년 한울공동체의 싹을 틔웠다. 지역의 소비자들과는 직거래 유통을 통해 농산물을 나눠오다 지난 2000년 한울공동체와 소비자 1000여가구를 잇는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전주 시내에 유기농산물매장도 마련했다.

한울공동체는 공동계획에 의해 생산·유통·판매를 함께 한다. 소비자들은 최소 다섯가정 단위로 매주 필요한 농산물을 신청토록 하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도시 아파트 주민들도 한울공동체의 가족이 되고나서부터 유기농산물 구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매주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보리수확 때 도시 소비자 20가족이 일손을 돕는다며 내려왔어요. 신명나게 일을 했는데 저녁이 되자 보리 가시 때문에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다들 밤새 고생을 했죠. 그런 고생을 한 후엔 다들 보리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정씨는 매년 어린이날 행사, 일손돕기, 추수감사절, 송년의 밤, 여름방학에 마련되는 어린이자연학교와 생명학교 등 각종 행사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 가족이 하나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울공동체 회원들은 4∼7세 유아들의 놀이방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부모들이 돌아가며 교육을 맡아 문자교육은 배제하고 철저히 자연학습 위주로 가르치고 있으며 간식은 유기농산물을 이용, 직접 만들어 먹인다. 지난 2000년 혈혈단신으로 한울공동체로 귀농한 후 결혼해 살고 있는 김영자(33)씨는 “과소비와 환경파괴가 만연하고 마음의 문까지 꽁꽁 닫아걸고 사는 도시의 삶을 견딜 수가 없었다”며 “공동체 회원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며 농사지으며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는 이곳의 생활이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생활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울공동체 김수원 대표는 “유기농은 농사방법뿐 아니라 삶의 방식 전체를 바꾸는 실천”이라 말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쓰는 것만으로는 땅과 생명을 살리는 진짜 농사꾼의 삶에 반쪽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한울공동체 생산자 회원들은 철저한 유기농법 연구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생활 속에서는 샴푸, 치약, 주방용 세제 등 일체의 합성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등 친환경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도록 일상생활에서도 철저히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소비자들에게 건강을 위해 유기농 농산물만 찾을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친환경적·생태적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는 “농산물 품질인증제만 할 것이 아니라 ‘생산자 품질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생산자들의 삶의 태도를 평가해보면 무공해 삶을 실천하는 한울공동체 회원들이 1등을 차지할 것”이라며 웃었다.


실상사 사부대중 공동체 
 
지난 14일 오전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실상사 귀농전문학교에는 마을 주민 50여명이 모여 강의를 듣고 있었다.

산내면을 친환경농업지구로 변화시키자는 공감대 속에 마련된 친환경농법교육에 참석한 주민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몇몇 주민들은 농약과 제초제를 쓰면서 죄책감을 느껴왔다면서 이제라도 용기를 내 유기농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역주민 주정영(39)씨도 “귀농한 이웃이 농약과 제초제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을 보며 처음엔 제대로 될까 의심했지만 유기농이 농작물을 더 튼튼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산내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8년 이 지역의 사찰 실상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생태공동체 건설 운동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실상사 사부대중 공동체’라는 이름 속에는 석가의 가르침을 따르는 네 부류의 사람들, 즉 비구·비구니·남녀 신도 등 ‘사부대중(四部大衆)’이 함께 어우러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공동체는 실상사 주지인 도법스님이 절에 속한 논밭 3만평을 내놓아 귀농전문학교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귀농학교 졸업생 일부는 99년부터 실상사 농장에 남아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8가구로 구성된 농장식구들은 자연농을 실천하며 공동생산·분배하는 한살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졸업생들은 산내면으로 귀농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0가구가 귀농했고,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며 지역공동체 재건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산내면 전체를 친환경농업지구로 변화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2000년 마련된 ‘산내어린이 스스로배움터’에서는 지역주민의 초등학생 자녀 20여명을 보살피고 있으며 내년에는 보육원도 문을 연다.

2001년 설립된 중학교 과정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도 공동체의 중요한 축. 현재 1, 2학년 학생 28명과 교사 10명이 생활과 학습을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의 교육과정은 일반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외에 체험교육과 특기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교엔 기숙사가 따로 없고 학생과 교사가 4∼5명씩 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서울에서 상업에 종사하다 지난 2000년 귀농했다는 김영길(39)씨는 “붕괴된 농촌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마을 주민과 귀농한 사람들이 모두 함께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전문학교 이해경(46) 교감은 “귀농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장소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 ‘EM환경센터’ 
  
“농약과 비료를 안쓰는 것이 유기농의 전부는 아닙니다. 저희는 유용 미생물군을 농사에 이용, 모든 농사에 관련된 것들이 자연에서 나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이클구조를 갖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환경생태운동단체 ‘EM환경센터’ 이창홍(37)이사의 말이다. EM이란 Effective Micro-organisms의 머릿글자로 ‘유용 미생물군’이란 뜻. 효모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세균 등 식품의 발효에 관계되는 미생물을 이용해 농산물의 항산화기능을 향상시키면서 부패 방지 효과도 거두는 것이다. 산화는 노화나 부패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13일 센터 건물 준공식을 계기로 새출발하는 EM환경센터(이사장 이영민·70)의 연혁은 10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편생활 한편으로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자신의 감귤농원에서 각종 유기농법을 시도하던 이영민씨가 지난 91년 일본의 히가 데루오(오키나와대학 원예학과)교수의 ‘유용 미생물이론’을 접하고 자신의 과수원에 도입하면서부터다. 이씨는 교직을 물러나 본격적으로 미생물을 이용한 농사를 시작했으나 관련 정보와 인식 부족으로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당시 일반농법을 쓰던 감귤농원은 1000평당 연 1500만원의 소득은 충분했으나 EM으로는 그 5분의 1밖에 못거두자 ‘미쳤다’는 손가락질도 숱하게 받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우리 농원의 지력이 월등하고 항산화기능이 우수한 EM감귤은 값이 일반 귤의 2배나 되자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씨의 ‘미친 실험’은 95년 미생물학회에서 히가 데루오교수의 EM이론이 공격받으면서 타격을 받았다. 일부 학자들은 “단일 미생물이 아닌 미생물군을 함께 배양할 경우 히가 교수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EM무용론을 제기했고, 급기야 “일본 미생물이 한국 토양을 망친다”는 감정적 반발까지 일었다. 난감해진 이씨는 아들을 자신의 연구작업에 참여시켰다.

이씨는 제주도에서는 알아주는 수재로서 서울대 물리학과(86학번)를 졸업한 아들 창홍씨를 95년 일본에 유학보내 히가교수에게 배우도록 했다. 99년 초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창홍씨는 EM을 농사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수질정화 등 환경처리에까지 확대시키는 한편 주변 농가 설득에도 나섰다. 때마침 제주 감귤값은 폭락했고, 그동안 비료와 농약으로 지력 약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과수농들이 EM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후 귀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시대적 영향도 겹쳤다.

현재 남제주지역에만 모두 20여 농가가 EM농법으로 감귤이나 감자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들은 ‘EM항산화감귤’이란 브랜드로 생활협동조합 수도권연합회·한살림공동체 등 직거래 라인을 통해 출하하고 있으며, 값은 올해의 경우 일반 감귤의 2~2.5배 정도에 팔리고 있다. EM작목반 회장 윤석환(46·제주도 남제주군 표선읍)씨는 “순수 외지인 5가구를 포함해 현재 20여 가구가 남제주 일대에서 EM농법을 하고 있으며 공동 출하·정산 등 공동체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7년 EM환경농업학교가 문을 연 이래 지난 9월의 59기까지 총 1500여명의 수료생이 EM환경농법을 배우고 갔다.

EM농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각종 유용 미생물 배양액을 물에 1000배 정도 희석시켜 땅이나 작물에 뿌려준다. 잡초는 베어서 바닥에 그냥 깔아줌으로써 자연 퇴비를 만든다. 상한 우유나 음식쓰레기 등 각종 음식쓰레기도 모아 EM원액을 넣어 발효시키면 훌륭한 비료가 된다. 이창홍이사는 “EM은 미생물의 이용여부에 따라 부패와 발효라는 대극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실생활 속의 기존 방식과 조건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토회 ‘맑은 마음 깨끗한 땅’ 꿈꾼다 
  
불교계의 대표적 사회운동단체인 ‘정토회’는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실천하는 도심 속의 생태공동체이기도 하다.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모토로 지난 88년 창립됐다.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운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법륜스님을 중심으로 모여 만든 단체이다. 북한돕기단체인 좋은벗들, 국제기아·질병·문맹퇴치기구인 JTS, 불교환경교육원 등 탄탄한 산하기관들을 두고 있는 정토회는 지난 99년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 입주한 후부터 ‘쓰레기 제로 운동’등 본격적인 생활환경운동을 시작했다.

정토회관에서는 남녀 활동가 50여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퇴근하는 상근자 및 자원봉사자들까지 많게는 100여명이 매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지만 외부로 배출되는 쓰레기가 하나도 없다. 식사 때마다 음식을 남김없이 비우는 ‘발우공양’을 하고 요리를 할 때도 쓰레기를 최소로 줄여 음식 쓰레기가 매끼 한줌 정도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쓰레기들도 지렁이에게 먹이로 주거나 옥상 위의 흙통 속에 섞어 퇴비로 만들고 있다.

화장실에는 휴지도 휴지통도 없다. 대신 손을 닦을 수 있는 샤워기가 설치돼 있다. 화학약품이 첨가된 휴지를 쓰는 것은 나무도 죽이고 건강도 해치는 일이기 때문에 뒷물을 하기로 한 것. 대부분의 여성 활동가들은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면생리대를 쓰고 있다. 또한 회관 안으로 비닐과 일회용품을 반입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고 철저한 재활용과 분리수거가 이뤄지고 있다. 한달에 한번 생활 속의 환경운동 실천사항을 점검하는 ‘내 마음의 푸른마당’이라는 환경공청회도 열고 있다.

8년째 정토회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박석동(33) 불교환경교육원 사무국장은 “쓰레기 제로운동은 쓰레기 양만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패턴 자체를 바꿔 자연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미래문명을 창조하는 데 핵심이 있다”면서 “회관 내에서 실험 속에 만들어지는 대안적인 실천지침들이 전국의 가정으로 전파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평등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새벽 4시30분부터 밤 11시 취침시간까지 정확한 일과에 맞춰 함께 일하고 기도하며 생활하고 있다. 어떤 강요도 감시도 없지만 모두들 더 적게 갖고 더 많이 나누려고,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자려고 애쓴다. 매일 아침마다 서로의 일과를 공유하는 대화시간을 갖고 매달 둘째주 토요일엔 함께 모여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에 어긋난 행위에 대해 스스로 잘못을 밝히고 참회하는 행사인 ‘포살(布薩)’을 진행한다.

“너와 내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더 잘 살기 위해 남을 억압하면 그건 곧 나를 해치는 일입니다.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며 조금 불편해도 나의 작은 실천이 자연과 인간을 살린다면 그건 곧 나를 위한 일이고 정말 행복한 일이죠.”

장도연(33) 기획실장은 “정토회에서는 많이 가지고 많이 쓰는 것이 유일한 행복의 기준인 양 강요하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역행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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