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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의 서유럽 원정기2 (3일)

미친놈의 서유럽 원정기2 (3일) 국내외 여행정보 2008.09.09 12:46

미친놈의 서유럽 원정기2 (3일)
 
 



작전명 678. 6시 기상, 7시 아침식사, 8시 출발이란 뜻이다. 이혜경 가이드와 함께 여행한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 것이다. 그런데 새벽 3시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젠장, 도대체 누군데 새벽 3시에 전화를 하는 거야? 거절버튼을 누르자 문자가 도착했다. ‘승호야, 제진이 엄마인데 빨리 연락 좀 해라.’ 제진이는 내 친구이다. 이런, 급한 일인가? 그래서 새벽 3시에 문자를 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답장이 왔다. ‘승호야, 등굣길 카풀 할래?’ 허허.

새벽 3시에 그렇게 일어나고 나니 잠이 안 왔다. 작전명 678이니 아직 3시간이나 남았는데 뜬 눈으로 지샜다. 하하하. 제기랄, 시차 때문인지 도저히 잠이 안 온다. 결국 6시까지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씻었다. 우리 가족은 3명이라 옷을 많이 싸오면 짐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옷을 못 갈아입었다. 또 거기서는 렌즈를 끼고 빼기가 힘겨웠다. 렌즈가 하수구 밑으로 빠지면 완전 개 되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창문을 활짝 열고 이탈리아의 새벽을 만끽했다. 호텔 로비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우리 일행들뿐이었다. 이탈리아인은 없었다. 메뉴는 동일했다. 크로아상, 비스킷, 잼, 버터였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건, 우유, 커피, 뜨거운 물, 시리얼 따위였다. 하, 유럽의 호텔에서 컨티넨털 조식을 먹다니. 내가 항상 상상해오던 거였다. 사대주의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여유롭게 차나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즐겨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선 시간 때문에 허겁지겁 밥 먹고 나가기 급하거든.

만족할 만한 아침식사를 즐기고 방으로 올라가서 오늘 바티칸과 로마 일정에 가지고 갈 짐을 챙겼다. 소매치기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나갈 때 쯤 MTV를 틀어보자, Riot이라는 Rock 밴드와 Caparezza라는 이탈리안 래퍼, 그리고 내가 요즘 내한공연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Maroon 5의 Won't Go Home Without You,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라하는 Linkin Park의 Shadow of the Day의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역시 음악은 만국공통 언어구나. 내가 좋아하는 Rock, Hip-hop 계열 뮤직비디오가 나오니 정말 반가웠다. 그렇게 해서 버스를 타고 로마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폴리 쪽으로 내려갈 때는 차가 막히지 않아서 수월하고 빠르게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출근차량이 많아서 그런지 꽤 막혔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타고 가는데 이탈리아인들과 손 인사를 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정이 많고 우리랑 정서가 비슷해서 그런지 손으로 ‘잼잼’ 하듯이 인사를 하니 전부 받아준다. 차를 타고 가면서 느낀 건데, 이탈리아인들은 선글라스를 많이 끼고 다닌다. 운전자 중 80~90% 정도는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선글라스는 남녀를 불문한다. 햇빛 때문인지 외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이유 모두 타당한 것 같다. 이탈리아의 햇살은 정말 따사롭다. 겨울인데도 햇살이 따뜻한 걸 보면 여름엔 말할 필요도 없다. 로마 문명을 키운 햇살이니 강렬하지 않겠는가? 겨울에 지중해의 햇살은 정말 반갑다. 그리고 이탈리아인은 두상이 작아서 선글라스를 끼면 굉장히 잘 어울린다. 또 코도 우리에 비해 매우 크니까. 머리 작고 코가 크니까 얼굴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다른 인종이 아니면 못생긴 사람이 별로 없다. (사실 난 라틴인종치고 못생긴 사람을 못 봤다. 전부다 걸어 다니는 모델들이다. 외모나, 패션 감각이나.)

도로가에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니 로마 시내에 다 왔는가보다. 로마 시내를 보면 정말 건물들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과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과 다르다고 해서 절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여유로움, 유럽적인 느낌이 난다. 한국 돌아가서 느낀 건데 이젠 고층건물이 신기하다.

로마 시내로 진입하여 바티칸 시국의 경계에 다다랐다. 로마 안에 있는 바티칸 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다. 그래서 성벽으로 경계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여권 제시 없이 검색만으로 통과가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처음 성벽을 보면 굉장히 놀라게 된다. 성벽 때문에 놀라는 것이 아니고 그 크고 긴 성벽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관광객 행렬 때문이다. 대략 5, 600미터는 되어보였다. 나의 거리 감각이 틀릴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행렬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가이드가 이건 ‘한 시간짜리군’ 이러면 한 번 더 놀란다. 보통 여름에는 두 세 시간은 기본이라고 한다. 하하, 겨울에 가서 다행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줄이 빨리 줄어들었다. 우리는 결국 30분 기다려서 바티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로마 시내를 즐길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잡상인들도 역시 빠질 수 없다. 사람이 많은지라 엽서 묶음 따위를 1유로 받고 파는 잡상인들이 많다. 난 나중에 하나 샀다. 싼 값에 선물하기 좋다, 하하. 1유로가 1400원 정도이니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기선 이게 싼 가격이다. 휴게소 충무공 김밥이 3000원이라고 불평했던 게 참으로 우스웠다. 이 나라에선 물 700ml가 1500~2000원 선이니 충무공 김밥은 한 4~5000원 하겠다.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여차저차해서 바티칸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는데, 인천과 홍콩에서 검색을 당한 적 있는 나는 가방과 외투는 물론 휴대폰, 동전, 벨트도 다 풀고 들어갔다. 그래서 안 걸리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삼엄하게 경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젠장. 그냥 들어갈 걸. 어찌됐든 우리는 수신기를 달고 들어갔다. 라디오 수신 장치가 되어있어서 가이드가 하는 말이 반경 100여 미터 내에서 들린다. 그런데 사실 수신기가 별로 도움이 된 것 같지가 않다. 전자음이라서 잘 안 들릴뿐더러 돌아다니다보면 볼거리에 정신 팔려서 전혀 안 듣게 된다. 그리고 전혀 안 듣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관광객이 많이 몰려있는 것이 유명한 볼거리요, 그리고 친절하게 영어설명까지 앞에 곁들여져 있으니 굳이 가이드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약간은 듣는 것이 좋겠지.

먼저, 우리는 토르소 상을 보았다. 말로만 듣던 그 토르소인가? 난 미술에 별 흥미가 없어서인지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대충 보면 사람이 조각으로 새겨져있는데 구멍이 나 있구나, 이런 느낌이다. 그리고 로마 시대의 욕조, 등을 관람하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잘 기억도 안 날뿐더러 사진으로 봐도 이게 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방이 수십 개 달린 다산의 신은 볼만하다. 신기하고 기괴하다.

그렇게 관람을 하고 박물관에서 시스티나 소성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천사와 악마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를 읽고 들어가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나중에 루브르 박물관에 갈 때는 다빈치 코드가 도움이 된다. 시스티나 소성당은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선거인 콘클라베를 실시하는 곳이다. 지난번에 베네딕토 16세도 여기서 선출되었다. 그리고 시스티나 소성당에는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사실 맞는 지 잘 모르겠다. 나의 예술사적 기질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도록.) 사진을 못 찍게 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노골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하. 그래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런 망할! 차 안이랑 바티칸 박물관 안에서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배터리가 다 되었다. 하하. 이렇게 중요한 시스티나 성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의 성역을 더럽히지 말라는 하늘의 장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껐다 켰다하니 찍혔다! 하늘이 나의 뜻을 받아준 것이겠지. (사실 바티칸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넘어간 게 많았다. 사실 이 여행 자체가 너무 빡빡하다보니 거의 대부분을 그렇게 넘어간다. 하지만 어쩔 수 있겠나. 내가 선택한 일정인데. 이렇게 일정을 다니고 다음번엔 자유여행이나 한 곳을 집중적으로 다니는 일정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유명한 곳에 안 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시스티나 성당을 나와 성 피에트로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이 여행사에선 시스티나 소성당을 시스틴 성당, 성 피에트로 대성당을 성 베드로 성당이라고 불렀다.) 성 피에트로 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데, 과히 그러고도 남을 만하다. 장난 아니게 크다. 근데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디카는 아예 작동불능이고, 내가 들고 온 내 핸드폰은 스타택이라 카메라 기능이 없다. 허허허허허. 난 카메라 없는 게 이럴 때 불편하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제기랄!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로밍폰으로 사진을 찍고 호텔에서 디카로 로밍폰 화면을 찍어서 디카로 옮기는 법이다. 화질은 극도로 떨어지지만 방법이 있겠는가. 배터리는 두 개로도 부족할 일이 있다. 그리고 사진 용량은 2기가로도 부족할 일이 있다. 그리고 차 안에서 절대 사진을 많이 찍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계속 찍다가, 나중에 중요한 곳에서 못 찍게 된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찍은 사진은 처음에는 신기해서 찍다가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짜증날 정도로 고속도로 사진이 많다. 그리고 전부다 똑같은 초원이다. 이런.

성 피에트로 대성당에는 베드로가 묻혀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의 영원한 성역이다. 하지만 천사와 악마를 보면 진짜 베드로는 성 피에트로 성당의 깊숙한 지하에 묻혀있다고 한다. (천사와 악마에서 그러더군.) 이건 극소수만 아는 사실이랜다. 성 피에트로 성당에서 잠깐 기도를 하고 어떤 동상의 발을 만졌다. 그게 유명한 것인가 보다. 뭐 행운이 온다나.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만졌다. 내 생각엔 베드로 사도 동상이었던 것 같다. 발이 완전 달아있었다. 그리고 판테온의 청동을 떼다가 만들었다는 거대한 청동 단상도 보았다. 로마 시민들의 반발이 장난 아니었다지? 그리고 성 피에트로 성당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잠깐 기도를 한 후 성당을 나갔다. 신에게 내가 당신이 만든 우주의 질서를 알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건 모든 이론 물리학자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성 피에트로 성당을 나가니 성 피에트로 광장이 바로 보였다. 6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 피에트로 광장은 책 속에 사진으로 항상 나오는 광장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스위스 근위병을 볼 수 있었다. 이 근위병의 군복은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미켈란젤로의 유일한 실패작이라고 하지만 난 매우 만족하는 디자인이다. 성 피에트로 광장 한 가운데에 이교도의 상징이 서있으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역시 천사와 악마가 도움이 되는군. 이 광장을 베르니니가 설계했다고 했나? 베르니니도 독실한 기독교인인 것처럼 행세한 이교도로서 일루미나티의 회원이다. (일루미나티에 관해서는 천사와 악마를 볼 것.)

여기서 성진이네 아저씨가 일 때문에 우리를 떠났다. 내일 다시 만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남은 성진이와 말을 해 볼 요량으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일산이요. 너희 아버지 왜 가셨어? 일 때문에요. 끝. 하하. 이러면 뭐 대화가 안 된다. 결국 우리는 어색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점심은 중국식이었다. 이름은 Ristorante Cinese였다. 여긴 중국식당이 많다. 사실 중국식당은 전 세계 어딜 가나 있는 것 같다. 중식, 일식은 찾아보기 쉬워도 한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놈의 식당은 왜 이렇게 한국인이 많은 거야? 자유투어에서 온 사람들인가 보다. 이 사람들은 우릴 파리까지 계속 따라오게 된다. 내 앞에는 종호 형님과 성진이가 앉았고, 옆에는 엄마랑 동생이 앉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종호 형님과 말을 트지 않아서 약간 어색했다. 그래도 종호 형님과 성진이는 약간의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매우 어색하게도 난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혼자 게걸스럽게 밥을 먹어치웠다. 나중에 생각하면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러다가 엄마가 고추장을 꺼내서 사람들과 나눠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난 음식 고유의 맛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고추장을 먹지 않았다. 음식 고유의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탕수육과 느끼한 고기, 느끼한 샐러드가 나왔다. 배가 고프니 그런대로 맛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보면 정말 초라한 식단이지만, 배가 고파서 밥을 3번 덜어먹었다. 여행 경비가 싸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래도 여기선 아무리 먹어도 금방 배가 고파진다. 바티칸에서도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초콜릿 몇 조각으로 버텼다.

점심을 먹고 식당을 나오니 내 앞에 몇 대의 클래식, 앤틱 자동차와 포르쉐 카레라GT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나라는 차들이 정말 다양하다. 내가 처음 본 차들이 수두룩하고, 벤츠가 그렇게 귀하지 않다. 그래도 포르쉐와 페라리는 귀하다. 마티즈와 아토즈(현지 이름은 Getz였나.)도 많고, 대우 차가 꽤 많다. 대우 에스페로도 봤다. 한국에서도 드문 차량이다. 갤로퍼와 산타페, 소렌토, 렉스턴도 몇 대 봤다. 그걸 보면서 잠깐 자랑스러웠는데 심각할 정도로 많은 도요타와 닛산 차를 보면서 금방 질투하게 되었다. 하하.

식당에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로마 시내의 한 초등학교를 보았다. 라틴어 형식으로 SCUOLA 라고 조각된 로마식의 건물이었다. 초등학교가 무슨 유적지 같았다! 파르테논 신전을 방불케 하는 이 학교에서 이탈리아 초등학생들이 놀고 있었다. 점심시간인 것 같았다. 운동장 쪽으로 갔다. 여기 학교들은 전부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었다. 나는 창살 사이로 보이는 조그만 애한테 Buon giorno. 라고 인사했다. 그러니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인사하면서 Buon giorno. 라고 답한다. 여기 유럽 애들은 너무너무 이쁘고 귀엽다. 한국 애들은 눈에 안 들어온다.

우리는 로마에서 ‘로마 시내 벤츠 투어’라는 선택 관광을 하기로 했다. 1인당 가격은 60유로였다. 어제 여행기에서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카프리 섬은 아무도 가는 사람이 없고 여행사에서도 비추천해서 가지 못했다. 사람들이 여행후기에 정말 좋았다고 하는 것 같아서 가보려고 했더니. 어쨌든 벤츠 투어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예원이네 가족은 벤츠 투어를 안 한단다. 그래서 예원이네 가족과 헤어진 후 우리는 예정된 장소에서 벤츠를 탔다. 벤츠가 세단이 아니고 밴이었다. 밴 하나당 5명이 탔다. 난 세단이 타고 싶었는데. 이 벤츠 투어는 NCC라는 회사에서 주관하는 사업이었나 보다. 관광객이 탄 벤츠마다 NCC라고 적혀있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일본인들은 세단을 탄다는 점이다. 욕 나온다. 그래도 다들 밴을 타니 참아야지.

우리는 벤츠를 타고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 스페인 광장, 판테온, 콜로세움, 진실의 입, 대전차 경기장, 포로 로마노, 캄피돌리아 언덕 등을 순회했다. 기사가 옆에 앉은 가이드에게 이탈리아어 할 줄 아냐고 물었다. 가이드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Io parlo italiano un po.' 라고 말했다. 그러니 기사가 ‘Conoscento!' 하며 웃는다.

트레비 분수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로마의 휴일을 보고 갔는데, 오드리 헵번이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핥은 줄 알고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것이다. 제길! 사실은 스페인 광장에서 핥았는데! 아이스크림 2개해서 4유로 줬으니 5600원 날렸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다. 초콜릿 무스 맛이었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는 동전을 오른손으로 집고 뒤돌아 왼쪽 어깨 너머로 던지면서 로마로 다시 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정말 다시 오고 싶은 도시이다. 분수 안에 세계 각국의 동전들이 잔뜩 있다. 난 10원짜리를 던졌다. 하하. 이렇게 모인 동전은 자선활동에 쓰인단다. 사실일까?

스페인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냥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니고 ‘키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중에 연인이 생기면 여기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잘생기고 이쁜 사람들이 많았다. 명품 상점들이 많아서 그런지(Gucci, Chanel, Salvatore Ferragamo, Luis Vuitton 등) 멋쟁이들이 많았다. 로마는 정말 낭만적이고 멋진 도시이다.

나보나 광장에는 화가들이 많았다. 가이드 말로는 대학로 화가들보다 못하다고 한다. 한 화가가 나한테 cinque minuti 라며 초상화 그려주겠다고 그런다. 그림을 어떻게 5분 만에 그리지? 신기할 노릇이다. 나보나 광장에도 베르니니가 갖다놓은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베르니니가 설계한 광장, 오벨리스크, 그리고 산탄젤로 성을 보고나니 정말 천사와 악마의 무대에 온 느낌이 들었다.

판테온에도 역시 사람들이 많았다. 판테온도 천사와 악마의 무대 중 하나이다. 랭던이 판테온을 일루미나티의 표지가 있는 곳 중 하나로 착각한 곳이다. 여기에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다. 라파엘로는 판테온에 묻히길 간절히 희망했다고 한다. 사실 라파엘로는 처음부터 여기 묻혀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18세기가 되어서야 판테온에 묻혔다. 그 동안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에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라파엘로의 무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거기서 한국인이 큰일을 냈다. 라파엘로 무덤 앞에서 한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모자가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초등학생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이 자기 키 만한 철제 모금함에 기대서다가 모금함을 쓰러뜨렸다! 대리석 바닥에 육중한 철제 모금함이 떨어져 엄청난 굉음이 났다. 특히 판테온 안은 건물이 돔형이기 때문에 한쪽에서 속삭이면 다른 쪽에서 들릴 정도로 소리 전달이 확실하다는데, 그 굉음이 판테온 안에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대충 상상이 될 것이다. 가이드는 그게 총소리인줄 알았다고 한다. 내가 쓰러지는 모금함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놓쳤다. 결국 이탈리아 여자가 그 모금함을 들어올렸다. 한국인 모자는 냉큼 빠져나갔다. 판테온에서 신기했던 것은 바로 돔이었다. 그 거대한 돔이 따로 조립된 것이 아니고 한 조각이라고 한다. 정말 건축사의 불가사의이다. 현대 기술로도 어려울 일을 로마 사람들이 해낸 것이다. 지금은 판테온을 교회로 쓰고 있다. 그리고 천사와 악마에서 비토리아가 읽었던 안내문도 볼 수 있었다. ‘라파엘로의 무덤은 라파엘로가 죽은 후 몇백년 뒤 여기로 옮겨졌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대전차 경기장은 거의 형체가 허물어지고 잔디가 깔려있어 시민들이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유적지가 널려있으니 공원처럼 이용해도 될 만하겠지. 로마 시대가 끝나면서 귀족들이 대전차 경기장의 좌석으로 깔려있던 대리석을 채석하면서 많이 망가졌단다. 거기서 이탈리아 소년 한 명과 소녀 한 명이 축구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둘은 약간의 리프팅과 개인기를 선보였다. 남자애는 자꾸 사포를 하려다가 실패했다. 여자애는 ATW를 하려는데 역시나 실패했다. 내가 가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대전차 경기장 경사가 너무 심하고 거의 5분만 사진 찍고 가야했는지라 그러지 못했다.

대전차 경기장 근처에 있는 진실의 입 쪽으로 갔다. 진실의 입은 거짓말을 하면 손을 문다는 그런 입이다. 그냥 웃기게 생긴 동그란 조각 얼굴이 있고 입이 구멍으로 뚫려있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거기서 장난짓거리를 했다.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고, 가니까 막 문을 닫으려던 시점이어서 하지 못했다. 결국 진실의 입 뒤에 있는 성당에서 간단한 기도를 하고 나왔다.

진실의 입을 보고 고대 로마를 보러 포로 로마노로 향했다. 대충 로마 공회장이라는 뜻이 될 것 같다. 건물들이 다 으스러져 있었다. 멀리 콜로세움이 보였다. 거기서 웬 노인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연발하며 1유로짜리 엽서 묶음을 팔았다. 아이스크림 사먹고 남은 잔돈으로 그걸 샀다. 포로 로마노 뒤에 로마 시장이 근무하는 사무실 건물이 있었다. 600년이 된 거라고 한다. 그 건물을 아직 시청으로 사용하고 있다니 정말 놀랠 노자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래되었다고 하는 숭례문은 불타 없어졌는데. 사실 로마는 2000년 된 건물이 많다. 500년 된 건물은 정말 많다.

로마 시청 건물을 지나가니 캄피돌리아 언덕이 나왔다. 무슨 박물관, 시청 등이 3면을 막고 있고 안 막힌 쪽에는 미켈란젤로인가 라파엘로가 설계한 계단이 있는데, 사람이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계단이라고 한다. 허허. 걸어보니 조금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그래서 쉴 새 없이 계단을 뛰어서 오르내렸다. 캄피돌리아 언덕은 로마가 로물루스 레무스 형제에 의해 건국된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언덕 옆에는 마리아 성당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엄숙한 분위기였다. 거기도 꽤 컸다. 하지만 하도 큰 성당과 건물들을 보다보니 어느정도 큰 건물은 별로 커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콜로세움을 방문했다. 거기서 예원이네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가족은 많이 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로마까지 와서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많은 관광지들을 다 둘러보지 못하다니. 어쨌거나 콜로세움 안은 너무 늦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콜로세움 주변을 두 바퀴 돌았다. 난 학교에서도 유명한 장거리 주자인데, 중학교 육상 선수들과 맞먹는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콜로세움 한 바퀴 도는데 2분 30초가 걸린다. 둘레가 거의 500미터 이상이라는 소리이다. 그렇게 숨을 헐떡거리며 돌아보니 콜로세움이 정말 크게 느껴졌다. 콜로세움 바로 앞에는 개선문이 있다. 나폴레옹과 조선이 베낀 그 개선문이다. 개선문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한다.

로마 시내 일정을 모두 끝내고 난 후 가이드 아저씨가 나한테 카푸치노 사준다는 약속을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첫 날 로마에서 나폴리로 갈 때 아저씨가 낸 퀴즈의 정답을 맞췄기에 카푸치노를 한 잔 사준다고 약속을 했었다. 정답은 부가티였다. 페라리보다 한 수 위인 자동차는 분명 부가티뿐이다. 물론 양산되는 자동차 중에서는. 부가티 베이론이 전 세계 양산 자동차 중 속도가 1위이다. 시속 406km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가이드 아저씨를 따라 로마의 한식당으로 향했다.

로마의 한식당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외관이 중국식당보다 못했고, 테이블과 식단은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현지인들이 보면 한국식을 뭐라고 생각할까. 역시나 한국인 패키지 여행객 몇 명이 앉아있었다. 메인 요리는 육개장과 매운 오징어 볶음이었다. 테이블에는 우리 가족 3명과 고려대 가신 정아 누님께서 앉았다. 그래서 지난번에 일본 간 이야기랑 누님께서 재수하신 이야기,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갔다는 이야기 등을 했다. 좋은 학교다. 우리 일행 중에는 수재가 많다. 하지만 난 고려대를 가지 않을 것이다. 고려대 물리학과도 훌륭하지만 KAIST와 Postech, 그리고 미국의 대학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와 동생은 육개장이 너무 느끼하다고 먹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잘 먹었지만 엄마와 동생은 정말 못 먹었다.

저녁 9시쯤이 되어서야 라티나의 엑셀시오르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드림렌즈를 끼고 자야 내일 시력이 돌아오는데 너무 끼기가 싫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앞으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렌즈를 낄 수밖에. 내일 하루가 기대된다.



[출처 : http://blog.naver.com/v3pro2004 ]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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